당신들만의 무대다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시민일보
| 2003-04-23 18:24:04
{ILINK:1} 갈수록 ‘목불인견’인 교육현장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
전교조에 이어 이번에는 교장단까지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내달 11일 열릴 서승목 교장 추모대회를 계기로 학생들이 올바르게 교육받는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다는 것이 교장단측의 집단행동 이유다.
전교조 역시 전교조의 교육적 열정을 송두리째 부정하려는 비이성적이고 반교육적인 보수수구집단의 힘에 밀리지 않기 위해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연가투쟁 등에 나서겠다는 투쟁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집단행동 합리화에 저마다 학생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정작 당사자인 ‘학생’에 대한 배려는 외면하고 오로지 소속 집단을 위한 ‘이기심’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선생님 집단이 보여준 행태였다.
특히 교육적 해결방법을 외면하고 투쟁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이들 선생님들의 ‘싸움’을 바라보노라면 ‘힘의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속셈이 훤히 내비친다.
심지어 양측의 극단적인 갈등의 이면에는 ‘교장선출보직제’에 대한 상반된 이해관계가 숨어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 날 백년지계의 막중한 책임을 떠맡고 있는 우리 교육현장의 ‘현주소’다.
교육 일선에 ‘교육’이 실종됐다는 한숨이 들릴 만 하다.
대통령까지 나서 대응책 마련을 지시한 ‘반전교육’ 논란만 해도 그렇다.
미군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한국여성의 사진을 보여주거나 직설화법으로 반미사상을 고취시키는 내용의 수업은 교육적 측면으로 볼 때 지나치다.
‘반미’가 됐건 ‘반전평화’가 됐건 대통령 말대로 국가적 관계이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을 국가적 공론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일선 교육의 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수업권 침해’에 앞서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다.
이것이 전교조 측의 무조건적인 반발에 공감할 수 없는 이유다.
교장단의 최근 움직임 역시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해결에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것은 누가 봐도 비교육적인 상황이다.
서교장의 죽음이 미화될 수 없는 원천적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교장을 위한 ‘추모대회’까지 열겠다는 발상이 나왔다.
추모대회라니, 그것은 서교장의 죽음을 미화해 ‘설욕전’을 펼쳐보고자 하는 잔머리 굴리기 아닌가. 더구나 도교육청 측은 이일과 관련 생전의 서교장으로부터 받은 ‘자필사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처지다.
그대들이 진정한 교육자라면 주객이 전도된 당신들만의 무대를 이제 그만 거둬라.
신성한 교육현장을 추악한 이전투구로 얼룩지게 한 그대들의 죄를 묻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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