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방대한 초원 부러움 ‘절로’
시민일보
| 2003-04-24 17:48:34
침대가 이러했다면 샤워실의 녹슬은 파이프에서는 더운물 찬물이 어찌나 예민한지 수도꼭지에 손이 닿는 대로 반응을 했다.
약간 아주 약간 디스카운트 해주는 식권과 공짜인 시내전화가 아스타나를 맘에 들었다 안 들었다 했다.
또다시 얼굴에 신경 쓰이는데 어찌할거나.
카라간다 역을 두세칸 지나 잠을 자다 일어나 맥주한잔 생각나서 작은 것은 20cm에서 큰 것은 1m이상 되는 짭짤하게 말린 줴리허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이 줴리허를 사서 먹은 것이 원인이 되어 밤새 피곤한 밤이 되었다.
맥주 딱 한병 마시고 침대에 누웠는데 내가 먹고 남은 줴리허를 초점을 읽어버린 눈동자를 가진 기분 나쁘게 생긴 윗칸의 그 친구가 노리고 일어나더니 식당칸을 오가며 맥주를 마시는데 홀짝 홀짝 날이 새도록 문을 들락날락 하였다.
더욱이 줴리허라는 물고기를 나보다 더 기다렸다는 듯이 밤새 뜯어 먹는데 인내심도 참으로 대단했다.
2주간 카자흐스탄 공화국을 기차여행 마치고 알마타 2역에 도착하니 고향에 온 듯이 마음이 포근해 졌다.
2주간 기차로 7500km 150시간, 버스로 450km 13시간을 여행하면서 다시 한번 이 나라의 방대한 초원에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질 않는 모양이었다.
아스타나에서 알마타로 출발하면서 뜨거운 태양에 그을려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고 전화를 할 때까지만 해도 그저 조금 그을렸겠지 생각했다가 막상 내 얼굴을 보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라야는 회사로 출근하고 나는 곧 바로 아랏싼 사우나로 향했다.
러시안식 사우나로 큰 배낭을 메고 들어서니 제일 반기는 사람은 마사지 보이였다. 먹이감을 눈앞에 둔 하이에나처럼 징글스럽게 웃으면서 2000뎅가면 시원하게 전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며 다가서는데 나를 알마타에 처음 온 촌놈으로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친절스럽게 슬그머니 1500뎅가로 깎아 주는 척 하더니 이젠 먹이감 사냥 끝난 눈빛으로 바라보는 마사지 보이에게 1000뎅가 아니면 안 한다고 하니 뒤통수 한방 얻어맞은 표정을 짓고는 사라져 버렸다.
사우나와 간이 수영장 그리고 두프라고 하는 나무로 만든 붸니크로 온몸을 두드리며 두시간 정도 목욕을 하고 나니 온몸에 땟국물이 줄줄흐르는 듯 번져있는 새까맣게 탄 피부가 조금 없어지긴 했는데 얼룩덜룩 모자이크처럼 피부가 변해버렸다. 다시 라야의 집으로 컴백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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