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비싼 비자료에도 ‘발길끄는 곳’

시민일보

| 2003-04-28 19:52:39

터무니없이 비싼 비자신청료 때문에 센츄럴 아시아 여행은 언제나 나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한다.

지난번 서울에서 1개월 짜리 카자흐스탄 공화국 비즈니스 비자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초청정과 비자비가 자그마치 180달러가 들었는데 이번에 트리플 비자로 한달 연기하는데 또다시 비용이 120달러를 지불하게 됐고 우즈벡키스탄 공화국 비즈니스 2개월 짜리 더블비자 만드는데도 초청장과 비자신청료가 120달러를 주머니에서 털어 내야만 했다.

요즘세상은 비자 걱정 없이 여행하는 곳이 허다한데 거기에다가 오비르에 신고하는 비용하며 이놈의 지역은 그 무엇하나 간단하게 그냥 넘어가는 것이 없는 곳이다.

키르키스탄 공화국 비자와 타직크스탄 공화국의 비자를 만들려면 얼마의 달러를 상납해야 할지 벌써부터 여행 경비 바닥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심히 걱정이 앞선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센츄럴 아시아의 나라들 그러니까 중국의 △신강 자치구 △까작스탄 공화국 △키르키스탄 공화국 △타지크스탄 공화국 △우즈벡키스탄 공화국 △투르크메니스탄 공화국 △아프카니스탄 공화국 등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작년의 아프카니스탄의 전쟁으로 겨우 이 나라가 세상에 알려졌고 구 소련에서 독립해 각각의 공화국을 형성하고 있는 서 투르키스탄과 중국의 서부지역인 동 투르키스탄에 대해서도 깜깜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 아닌가 한다.

센츄럴 아시아로 개인적으로 업무나 여행을 오려해도 누군가를 통하지 않고서는 상당한 심적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탓에 머뭇머뭇 거리는 사람들을 수없이 봐왔고 나처럼 어쩌다가 센츄럴 아시아에 열 번 이상 배낭여행을 한 경우에도 신경질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처음 혼자서 이 지역을 여행하려다가 중간에 포기한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았다.

말로만 들어왔던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중국의 끄트머리 카스카얼에서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는 여행자들이 대부분인 만큼 아직도 서 투르키스탄은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남아있는 곳임에 틀림없기에 몇 년째 배낭 둘러메고 방황하고 있는지 모른다.

비자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유럽이나 싼 물가에 얼마든지 여행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곳이 수없이 많은데 유독 구 소련의 15개 공화국으로 발길을 옮기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교통이 불편해도 서비스 개념은 아예 상식 밖의 일이고 잠자리 걱정,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움직일 때마다 머리 곤두서가며 신경 써야 하는 구 소련과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으니 자나깨나 배낭 메고 떠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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