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카페에 앉아 비에 젖은 ‘미인감상’
시민일보
| 2003-04-29 18:33:04
카자흐스탄 공화국을 여행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체가 되어 나머지 공화국을 돌아보는데 조금의 수정을 해야할 것 같다.
거기에다가 센츄럴 아시아의 여행을 마치고 기차를 타고 다시 중국으로 들어가 서울로 가려면 한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고 8월 중하순까지는 서울에 도착해야 하는 일정이다 보니 여유 있게 돌아볼 시간들이 주어지지 않을 듯 싶다.
서둘러서 일을 하다보면 반드시 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서울에서 카자흐스탄 공화국 비즈니스 비자를 만들 때 어렵더라도 멀티비자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알마타에 도착해서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지금 나를 서두르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하루종일 비가 시원스럽게 내려주었다.
대부분의 국토가 사막과 스텝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알마타를 비롯해 몇몇 도시들은 온도시가 모두 나무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여서 사계절 모두 여행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웬만한 소비재가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탓에 외식을 하려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비가 내리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쭉쭉 빠진 아가씨들이 우산도 쓰질 않고 빗물에 젖어 속옷이 그대로 나타나는 짜릿한 것들이 눈앞을 스치니 창가의 시원한 카페에 앉아 죄 없는 맥주만 마실 뿐이었다.
중국의 칭다오 맥주가 상당히 맛이 좋았던 반면에 카자흐스탄 맥주는 좀 지독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2∼3배 비싼 유럽 맥주를 마실 정도로 여기 맥주가 형편없지는 않았다.
낮의 길이도 길어지고 동서남북, 사방팔방 어디를 쳐다봐도 모두들 끝내주는 아가씨만 있으니 나보러 어떻게 하라는 건지 벌컥벌컥 맥주만 마실 뿐 말이 필요 없다.
하루종일 어금니 꽉 다물고 기다리는 하루였다.
카자흐스탄 비자를 연기해서 오전 일찍 갖다 주겠다던 지인(知人)은 오전 12시가 되어서야 능청스럽게 여권을 내주고는 가버렸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3시까지 비자 업무를 보는 키르키스탄의 영사관으로 택시를 타고 달려갔지만 워낙 후미진 곳으로 이사를 해서 알아보기 힘든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커다란 목조 건물에 앞마당까지 시원스럽게 가지고 있었던 대사관이 없어지고 그 대신 영사 한 명과 여직원 한 명만이 근무를 하는 무너질 듯한 건물에 10평 정도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관광비자 한달짜리는 35달러라며 이 자리에서 비자를 발급해 준다고 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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