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사랑놀이 아파트 있어요” 호객
시민일보
| 2003-05-01 17:20:31
세군데 비자발급 받으러 다닌 시간이 자그마치 6시간이나 걸렸다.
여행사에 대행하면 편하겠지만 제대로 말도 통하지도 않고 주소도 헛갈리는데도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했다.
오후에는 톨큰과 함께 저녁을 함께 했다.
1년 반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톨큰은 제 작년에 네명의 친구들과 함께 서울에 머물다 돌아간 적이 있는데 오랜만에 만났지만 28살의 노처녀임에도 어린 소녀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청바지와 청자켓을 걸치고 운동화를 신고 나왔는데 언제 봐도 풋내기 대학생 같은 깜찍한 아가씨이다.
첼로를 전공했던 옐란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연락이 끊어져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진짜 사나이다운 친구였는데 안타깝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저녁 늦게까지 데이트를 하다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자며 헤어져야 했다.
서울과 알마타가 멀리 했어도 우리 만남은 아주 가까이 있었다.
서울근교를 비롯해 대학가 주변에 널려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러브호텔이다.
알마타에는 그런 러브호텔이 없다.
대신에 사랑을 나누고픈 연인들에게 시간단위로 아파트를 빌려주는 곳이 있는데 숲의 옆에 위치한 제떼수 고스띠니쪄앞에는 낮이고 밤이고 서성거리는 아줌마들이 언제나 붐비고 있다.
젊은 남녀가 지나가면 다가와 우리 아파트에서 사랑을 나누고 가라며 쏜살같이 달려오곤 하는데 나도 그래봤으면 하는데 나에겐 그런 기회가 없어 아쉽다.
좁은 아파트에서 보통 3대가 살아가고 있으니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뜨거운 사랑을 언제나 나눌는지 모르겠다.
내일 아침 일찍 잠시 외도를 해야한다.
타직크스탄 비자를 이상하게 토요일로 약속을 잡았기에 키르키스탄 비슈켁을 2∼3일간 다녀올 예정이다.
알마타에서 약 250km 떨어져있고 국영버스로는 다섯시간 정도 걸리고 미니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면 세시간이 좀 더 걸리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웃 공화국의 수도이다.
예쁜 아가씨와의 외도는 언제쯤 이루어질까! 홈스테이 하면서 나 때문에 라야가 이만저만 성가신 것이 아니다. 라야는 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이다 보니 가급적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잠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내가 하루종일 들락날락 하고 다니니 꽤나 예민해져 있을 것 같다.
라야는 대학에서 강의가 끝나거나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나면 중요한 일 이외에는 친구를 만나는 일도 거의 없기에 내가 시간날 때 마다 불러대는 것에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으르렁거릴지도 모른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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