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룡·원혜연씨 ‘내면의 초상’展
내안에 숨은 또다른 나
시민일보
| 2003-05-06 17:00:06
“누군가가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모든 것을 삼킬듯한 시선으로... 고요하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두 젊은 예술가가 보여주는 감각적이고 신비스러운 내면의 초상! 지금 당신 안에도 또다른 당신이 있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이 서양화가 김성룡ㆍ원혜연 씨 작품으로 ‘내면의 초상’전을 개최한다.
오는 22일까지 계속될 이번 기획전에는 ‘사랑’ ‘미혹’ 등 50여 점이 출품된다. 이들 작품은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고독을 그로테스크하게 끌어내고 있다. 화려하지만 고독한 현대인들은 수많은 시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남의 눈, 나의 눈. 그리고 부담스러운 시선.... 그것들은 인간의 삶을 더욱 고독하게 만든다.
작가 ‘김성룡’과 ‘원혜연’은 사람들의 내면과 고독한 시선을 캔버스 위에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시선은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초월한 자기 정화를 향해 나아가는 시선이다.
부산에서 활동중인 남성작가 김성룡과 서울에서 활동중인 여성작가 원혜연. 젊은 두 작가의 작품 세계는 현대인들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내면의 초상으로 캔버스에 담아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표현되는 작품세계에 있어서는 사뭇 다르다.
캔버스 위에 그림을 지워가며 완성을 하는 작가 원혜연씨는 1호짜리 붓으로 그림을 그린 뒤 그 위에 다시 새로운 그림을 얹어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이를테면 지우면서 작품을 완성해가는 것. 작가는 “내 그림을 엑스레이로 찍으면 수많은 형상이 겹쳐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는 성을 분별하기 힘든 인물이 괴기스럽게 그려져 있다.
팔과 다리없이 얼굴만 있기 마련인데, 보기에 따라 꿈속의 모습 같기도 하고 수도사의 그것 같기도 하다.
작가 김성룡씨는 절제된 색상과 반복된 선으로 인간 내면을 파고든다. 볼펜의 날카로운 선으로 표현한 다음 파스텔, 색연필, 물감 등으로 후속작업을 해가는 것. 절제된 색상과 반복되는 선을 통해 인간 내면의 세계를 그로데스크 하게 표현하고 있다.
작품 주인공은 대개 가치관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이다. 교복 차림의 학생은 섬뜩하리만큼 매서운 눈으로 바라본다. 세상을 향한 비열하고 공포스런 눈빛은 다름 아닌 감상자를 응시한다.
사비나 미술관이 기획한 이번 두 젊은 예술가의 ‘내면의 초상’展은 남성 예술가와 여성 예술가의 눈에 비친 인간 내면의 세계가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어 지는지 살펴보고,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 본성의 다각적인 측면을 경험, 비교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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