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래’저자 보현스님 실천수행기

꽃한다발 보현스님 지음/ 찬섬 刊

시민일보

| 2003-05-12 19:13:49

천안 몽각산 기슭의 ‘부처님 마을’에서 지체장애아들과 살아가는 셋방살이 스님의 행복한 수행과 동심 어린 그림의 세계. “남들은 제체장애아라고 부르지만 내겐 수행의 길을 밝혀주는 부처님들입니다.”

한 사람이 출가해 속세의 때를 벗고 참된 스님으로 거듭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수행에 정진하면 할수록 도가 가까워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보현스님이 몇 년의 침묵 끝에 세상에 내놓은 ‘꽃 한 다발’을 보고있으면 수행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한때는 이경미라는 이름의 가수로 활동하면서 드라마 사모곡의 주제가를 불러 세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또 한때는 자전소설 ‘타래’를 발표해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던 보현스님이 이번에는 ‘꽃 한 다발’을 가슴에 품고 돌아와 행복한 수행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타래’가 1999년에 출간됐으니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셈이다. 길다면 길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의 수행기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 터인데, 스님은 참으로 많이도 변했다. 겨울날의 햇살처럼 투명하고도 해사한 스님만의 향기가 물씬 풍겨난다. ‘꽃 한 다발’이라는 이름처럼 스님은 아름답고 소중한 선물을 안고 왔다.

‘꽃 한 다발’은 천안 몽각산 기슭의 폐교를 임대해 ‘부처님 마을’이라 이름짓고 지체장애아들을 수행길의 등불삼아 살아왔다는 스님의 수행 이야기다. 흔히들 수행이라고 하면 힘들고 고달픈 것이라 생각하지만, 스님의 경우는 수행이 곧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다.

왜냐하면 스님의 수행은 수행이 목적 달성을 위한 인고의 과정이 아니라, 사랑 넘치는 행위 속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수행과 생활이 따로 있지 않고 하나로 통합된다. 이는 부모가 자신의 삶을 자식을 위한 희생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치 예술가의 작업실처럼 보이는 차방의 글씨와 그림들은 여느 스님들처럼 자신의 소질을 살린다거나 수양을 하기 위한 취미생활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님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벌이었다”고 ‘부처님 마을’을 방문했던 편집자가 밝히고 있듯이 스님에게는 수행과 생활이 전혀 별개가 아니다.

수행을 위한 생활이 따로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요, 그렇다고 생활을 외면한 수행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꽃 한 다발’은 아름다운 삶이 영화보다 아름답고, 진솔함 그 자체로 훌륭한 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뜻한 이야기와 행복한 수행의 행적들이 가득한 책 한권을 통해 부처님 마을을 방문해보는 것도 신록의 5월에 뜻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보현스님 지음. 202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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