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 파도… 조각·회화의 접경
서양화가 남춘모씨 13번째 개인展
시민일보
| 2003-05-13 18:39:03
꽃밭이 살아 움직여 파도처럼 밀려오는 걸까. 화사한 문양과 색채는 일정 거리의 고랑을 이루며 절묘한 미감을 자아낸다. 서양화가 남춘모(42)씨가 13번째 개인전을 서울에서 열어 달라진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오는 19일까지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2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것으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Stroke Line’ 연작 40점이 나온다.
남씨는 천을 매재로 작업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천은 서양화의 필수요소인 캔버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옷감이라고 보면 된다. 이는 작가가 섬유도시인 대구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단색조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남춘모의 작업은 조각과 회화의 접경에 위치하고 있다. 같은 모양의 여러 개의 조각들을 모아서 하나의 작업을 만들어내는 남춘모 작업의 중심은 무엇보다 색채이며. 이러한 은은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만들어 내는 방법은 작가의 독특한 작업 방식 속에서 태어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씨는 단색조를 선호했다. 간명한 색채를 평면에 입체화시킴으로써 조각과 회화의 접점을 찾고자 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유채색을 본격 도입했고, 여기에 잔꽃무늬 옷감도 끌어들였다.
이번 남춘모의 개인전에서는 단색조로 일관되던 이전의 작업을 벗어나 나염의 방법을 변화시킴으로써 얻어지는 새로운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두세 가지의 색조를 한데 나염하는 방법을 통해서 아른거리는 색조들 간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춘모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색감을 잃지 않은 채, 아련히 섞여가는 색채들 속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듯하다.
또 한편으로는 오래전부터 제작되어 왔지만 소개가 되지 않았던 새로운 작업으로서 잔꽃무늬 옷감을 이용한 작품도 선보인다.
단색조로 일관한 남춘모의 작업과는 일면 달라 보이지만 여러 가지 잔꽃무늬의 작업은 한결같이 은은하고 향기로운 남춘모 작업의 풍부한 색감을 드러낸다.
출품작은 천의 날염과 평면의 요철이 주는 착시효과가 어우러져 환상의 색감을 보여준다. 미니멀한 부조회화로 평가되는 그의 작품은 부드러운 색채로 관객을 흡인하는 울림이 있다.
미술평론가 윤진섭(호남대 교수)씨는 “그의 작품은 하나의 신체로서 관객의 순수 지각체험을 위해 자신을 열어 보인다”면서 “투명수지의 단단한 외피 속에 깃들어 있는 색은 그러한 신체에 다가가기 위한 통로”라고 말한다.
(02)511-0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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