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죽음에 관한 처절한 기록
테레진, 희망의 노래 프란타 바스 지음/ 다빈치 출판 刊
시민일보
| 2003-05-26 20:33:02
‘테레진, 희망의 노래’는 1942년에서 1944년 사이에 15세 미만 아이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감동적인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책이다. 이 시와 그림을 남긴 아이들의 운명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
테레진 아이들의 이야기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비극의 역사와 함께 기록된다.
이곳의 비극의 역사는 1939년 나치의 프라하 침공으로 체코가 독일 제국에 편입되면서 시작된다.
1941년 나치는 테레지엔슈타트에 유대인 거주 지역인 게토를 설치한다. 프라하에서 6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200년 전에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의 명령으로 세워졌고, 그의 어머니인 마리아 테레지아의 이름을 따서 ‘테레진’이라고 불렸다.
전쟁 기간 동안 테레진은 굶주림과 두려움의 땅이었다.
테레진에 살던 유대인들은 죽음의 수용소인 아우슈비츠로 보내질 운명이었으며, 여기에는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새겨진 테레진의 풍경은 황량하기도 하고, 때로는 풍요롭기도 하다.
이 모든 것들을, 또 다른 많은 것들을 아이들은 그렸다.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을 그리곤 했다.
아이들이 쓴 시에는 ‘고통스러운 테레진’이나 ‘헤어진 여자친구’에 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친절한 사람들이 있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알면서 시를 통해 두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어쩌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기 있는 시와 그림들, 이것이 이 아이들이 남긴 모든 것이다. 이들이 아우슈비츠로 보내진 이후 오랫동안 남은 것은 그들의 재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서명이 여기에 있고, 몇몇 그림들에는 연도와 아이들이 속해 있던 그룹의 번호가 새겨져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죽은 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1년 앞둔 1944년이다.
독자들은 이 작품들을 보면서 민족적 입장이나 종교적 입장을 떠나 삶과 죽음에 직면한 내면 풍경의 기록이며, 아이들의 눈으로 본 비극의 현장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다빈치 출판. 프란타 바스 지음. 이혜리 옮김. 신국판 변형, 168면, 9,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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