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깔깔… 배꼽잡고 감상하세요”

갤러리 세줄 ‘Funny sculpture Funny painting’展

시민일보

| 2003-05-27 18:49:14

이라크 전쟁이 끝나나 싶더니 경기침체 소식이 턱을 괴고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다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공포까지 엄습했다. 봄같지 않은 봄이 혼란 속에 깊어간다.

서울 평창동 갤러리 세줄이 개최하는 ‘Funny sculpture Funny painting’전은 관객에게 홀가분한 웃음을 선사하려 마련한 기획전이다. 말 그대로 조각, 회화, 설치, 영상 장르로 배꼽을 잡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기간은 6월 29일까지.

그렇다고 휘발성 웃음을 남발하는 텔레비전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떠올려선 안된다. 너털웃음 뒤에 공허만 남기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갤러리측은 예술이 본래 지니는 마음의 정화작용을 유희적으로 얻어내려 한다.

출품작가는 권기수, 김경민, 김민&최문, 박대규, 송필, 서은애, 정인엽 등 7개팀 8명. 이들은 모두 30대로, 독창적 아이디어와 펄펄한 에너지가 넘친다. 가족이 관람하면 놀이동산에 간 듯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고 주최측은 장담한다.

송필의 작품 ‘징검다리’. 고무의 원료인 라텍스로 만든 사람 모형이 공기를 반쯤 배에 담고 바닥에 줄줄이 누워 있다. 관객이 징검다리처럼 밟고 지나가면 늘어진 모형이 일순 팽팽하게 부풀어오른다.

작품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저절러지는 구조적 폭력성을 희화적으로 형상화했다. 작가는 자기 우월감을 가질 때나 죄책감을 모면하려 할 때 나오는 웃음에 주목했다.


서은애의 종이 채색작품 ‘유일무이 관음보살도’는 근엄한 종교나 예술의 권위를 일거에 깨뜨린다. 관음보살의 상호(相好) 자리에 자신의 얼굴을 당돌하게 그려넣음으로써 틀 속에 갇힌 사고의 해체를 주장한다.

그는 달마도를 로봇의 얼굴로 대체하기도 한다.

박대규는 일상의 순간순간에 마주하는 우리의 꾸밈없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재현했다. 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인형작품 ‘누가 나를 가로막는가’는 테라스의 유리벽면에 붙어 있는 모습이고, ‘거짓된 논란’은 뭔가를 동시에 바라보며 깜짝 놀라는 세 인물을 조형화했다.

(02)391-9171.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