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부하라 천년전 매력에 ‘흠뻑’
시민일보
| 2003-06-02 16:48:18
거기에 검문검색도 부하라와 나보이 양쪽 경계선에서만 단 4차례에 그쳤고 그것도 프리패스를 하였으니 얼마나 빠르게 날아 왔던지 6시간 걸린다던 시간이 자그마치 3시간 30분만에 도착을 했으니 우즈벡키스탄에서 도저히 불가능한 2시간 30분을 단축하는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아마도 중간에 과속으로 경찰에게 딱지떼는 일만 없었다면 3시간만에 도착을 했을 것이다.
막무가내로 운전을 해준 우즈벡의 중년 신사에게 고마움을 금치 못하겠다.
부하라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나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내가 지금 사마라칸트에서 버스를 타고 달려온 곳이 부하라가 아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착각에 빠졌다.
21세기가 아닌 1000년전의 과거로 온 것에 심한 충격에 휩싸여 지금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아스피린을 먹어야 할 정도였다.
라비 하우스에 도착해서는 더욱 더 내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온 도시가 진흙으로 만든 모스크와 메드레사, 거대한 고목 사이로 슬프면서도 흐느적거리는 티무르를 찬양하는 노래가 찢어질 듯하게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데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가 없었다.
사마라칸트에 도착할 때의 흥분감과 설렘은 부하라에 오면서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야만 했다.
센츄럴 아시아를 기차여행하면서 항시 나의 눈을 붙잡았던 아름답고/ 섹시한/ 금발의 여인들의 모습은 부하라가 더 이상 용납을 하지 않았다.
부하라에서는 그 어떤 아름다운 여성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보이지도 않았으며 부하라의 모습에 모두들 숨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완전히 부하라의 포로가 되었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묶은 호텔의 창문에서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카페는 영락없이 모스크에 가까웠고 그 자리의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독일에서 온 사람들이 차지한 가운데 16도나 나가는 우즈벡의 맥주를 마시고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까작스탄이나 키르키스탄보다 5도나 더 높은 우즈벡 맥주는 나에게 부하라에 머무르는 동안 여기에 첫발을 내릴 때 가졌던 흥분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말고 영원히 그대로 간직하라는 뜻이었다.
부하라와 16도짜리 맥주는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천장높이가 족히 3m쯤 되는 호텔방은 큼지막한 원통형 벽난로가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새벽녘까지 티무르 찬송가는 끊이질 않았다.
내일은 혼수상태에 빠진 어지러움에서 벗어나 부하라의 뒷골목에 그 무엇이 숨어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엄청난 보물이 숨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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