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生을 엿보다

갤러리우덕서 이성미씨 ‘바다여’ 사진展

시민일보

| 2003-06-10 18:43:42

저녁해가 막 떨어진 어느 바닷가. 진회색 구름떼가 하늘을 뒤덮었다. 해변에는 시커먼 무리들이 곧추선 채 기묘하게 서성거린다. 굴양식장 기둥들이 썰물로 모습을 드러낸 풍경이다.

사진작가 이성미씨. 성신여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씨는 카메라 앵글의 마술에 10여년째 푹 빠져 있다. 근래 들어서는 아예 붓을 버려두고 카메라에 매달리고 있다.

그가 주로 찾는 곳은 인적이 드문 바닷가. 파도에 닳고 닳은 나무토막에서 부표와 어구, 어망에 이르기까지 온갖 부유물들이 밀려 쉬고 있는 곳. 그다지 신비할 것도 없이 생명과 자연의 알몸을 그대로 드러낸 이곳에서 이씨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씨는 그동안 찍은 사진들로 6월 3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잠원동 갤러리우덕에서 14번째 개인전 ‘바다여’전을 연다. 순수 사진전으로는 1996년 이후 여섯번째. 지난 3월에는 이 사진들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그의 사진에는 남루하기조차 한 자연의 순진무구한 모습이 꾸밈없이 담겨 있다.

안면도 두여해변과 삼봉해변, 거제도 명사해변, 남해군의 설리해변에서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존재의 빛을 보았다. 널따란 모랫벌과 수평선이 나란히 달리는 화면은 회화의 미감을 간직한다.

앞으로 이씨는 해변에 버려져 있는 부유물로 설치작업을 하려 한다. 그리고 설치물을 지금처럼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 예술의 지평을 더욱 넓히려 한다.

이를테면 작품 속의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02)3449-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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