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외국어 자연스럽게 배움 기회

시민일보

| 2003-06-15 20:13:32

여기에 있다보면 누가 누구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러시안이든 우즈벡인이든 기본적으로 러시아말과 우즈벡말을 하였고 거기에 타직크말과 투르키말에 한술 더떠서 신강 위그루어까지 옆에서 듣고 있자면 내 혀가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물론 영어도 끝내준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제의 눈매와 입술을 따라 흐르는 목선이 죽여줬던 마리나 역시 러시안 아가씨였는데 러시아말보다도 영어와 타직크어를 더 자연스럽게 구사했을 정도였다.

집안의 기둥이 다 뽑혀가면서까지 한국말도 다 익히기 전에 매년 방학때면 미국이나 캐나다로 아니면 유럽으로 어학연수 보내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이네들처럼 지극히 자연적인 환경에 있는 경우라야 아무 부작용 없이 외국어를 할 수 있는 것이지 억지로 머리에 집어 넣는다고 저절로 외국어가 되는 것이 아니니 자기자식이 다른 나라 말을 아주 잘했으면 하고 바라는 학부모들은 엄청 비싼 달러 낭비하지 말고 센츄럴 아시아의 아름다운 곳에서 교육을 시키기 바란다.

원초적인 자연환경이 남아있는 센츄럴 아시아에서 자녀교육을 시키면 시멘트 콘크리트밖에 볼 수 없는 한국보다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백번 좋을 테니 사고방식을 전환시키라고 충고하고 싶다.


또한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친구들도 흔하디 흔한 여행하지 말고 진정으로 세상을 돌아보고 싶거든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여행을 하도록 권고하고 싶으며 나와 같이 지금 이나라의 허리 역할을 하며 죽어라고 일만하고 있는 30~40대의 아저씨 아줌마들도 더 나이가 들어 어깨 쳐지고 다리에 힘이 빠져 배낭을 멜 수 없는 그런 시간이 오기 전에 확실하게 세상을 배우길 간절히 부탁한다.

나는 지금 500단어 정도의 러시아 말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데 그런데로 넘어가고 있으며 까작어/ 키르키어/ 우즈벡어/ 타직크어도 인사말을 수첩에다 적어 공부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뭐가 뭔지 헷갈려 죽을 맛이지만 영어나 러시아말로 인사를 나누는 것보다 이들의 언어로 첫인사를 하며 악수를 하면 어린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무척 좋아했다.

졸지에 우즈벡 할머니한테 초대 아닌 초대를 받아 다양한 과일들이 앞마당에 주렁주렁 열린 집안으로 들어서니 뒷뜰에는 양과 염소가 닭들이 반기는 탁자에 앉아 논과 차이를 따라주면서 머나먼 이곳까지 혼자 여행을 왔느냐며 서울에 계신 어머님한테 안부를 전해드리라며 내 노트에다 지금 이한신이가 우즈벡키스탄의 카르쉬에서 무사히 여행을 하고 있으니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메모를 하는 우즈벡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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