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낡은호텔 주변경관은 ‘일품’

시민일보

| 2003-06-18 18:20:23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른는지 테르메즈에 머무는 동안 자기가 안내를 해주겠다며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주고는 돌아가는 자오라르 녀석과 헤어지면서 귀싸데기 한대 떼려주고 싶었고 조금전 느꼈던 감사의 표시가 확 뒤집어 지는 순간이었다.

카르쉬에서도 레드반이라는 타타르 녀석이 친절을 베푸는 듯 하면서 국수값 300숨 300원도 없었던 녀석들이 자그마치 6000숨씩하는 저녁식사를 했으니 어떻게 하면 여행자의 호주머니를 야곰야곰 빼먹을까 하는 그런 녀석들을 마주쳤는데 테르메즈에 도착하자 또 그런 놈을 만난 것이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에 여기저기 혼자서 값싼 호텔을 찾아 보려면 시간 꽤나 잡아먹었을텐데 수고비 2달러에 약 5분의 1가격의 호텔을 찾았으니 어쨌든 고마웠다.

이 호텔은 4년전 중국을 남북으로 기차여행 하면서 잠을 잤던 썬천대학안의 썬천빈관 이미지와 거의 비슷했다.

썬천대학의 호수를 끼고 자리잡은 빈관은 호수를 비치는 조명이 일품이었고 벤치에 앉아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과 영롱한 남국의 이국적인 맛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데 여기 또한 그에 못지 않았다.

거대한 인공호수위에 50m높이의 우뚝 솟은 알뽀무시 동상이 오른쪽에는 대형 공원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왼쪽에는 종합 스포츠센터에서 테니스를 치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정면에는 2개의 사자 동상을 끼고 있는 테르메즈 청사가 그 청사 맞은편에는 테르메즈 박물관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방번호조차 없는 낡은 방이었지만 주변 환경은 일품이었다.

센츄럴 아시아의 끄트머리에도 중국 국적의 신강 위그루인들의 장사속은 끝내주었다.

가장 맛있게 양고기 장사를 하는 사람은 우즈벡인이 아닌 위그루인이었는데 낮이고 밤이고 사람들로 항시 만원이었다.

1500원 정도면 2개의 꼬챙이에 달린 맛있는 양고기 샤슬릭에 논 한개 거기에 시원한 생맥주까지 곁들일 수가 있었고 여기에서도 외국 여행자가 혼자 외로이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다가오는 타지크인이 있었다.

자기가 한잔 사겠다며 연신 보드카를 권하고 호텔까지 배웅을 해주겠다는데 워낙 외국인들만 보면 잡아먹을려고 하는 녀석들 때문에 순수하게 다가오는 이 사람도 싸잡아 시큰둥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을 출발해 중국서안에 도착하면서 잃어버렸던 건강때문에 며칠간 이유 없이 쏟은 코피때문에 은근히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은 팔다리가 벌레나 모기한테 물리고 뜯긴건 고사하고 왼쪽 어금니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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