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죽음의 릴레이’

呪 怨 (주온)

시민일보

| 2003-06-18 18:20:45

공포영화는 한여름에 보는 게 제격이라지만 여름 극장가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독무대가 되면서 납량물의 시즌도 앞당겨졌다.

최근 국내영화와 함께 스페인, 홍콩, 미국 등의 스릴러와 호러 영화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이색적인 일본 공포영화가 가세한다.

27일 개봉될 ‘주온(呪怨)’은 31세의 신예 감독 시미즈 다카시의 두번째 장편. ‘링’의 나카다 히데오, ‘큐어’의 구로사와 기요시 등 일본의 베테랑 공포영화 감독들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으며 ‘스파이더맨’과 ‘이블 데드’의 샘 레이미 감독이 할리우드판 리메이크를 결정하기도 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원한을 품고 죽은 사람들의 저주를 담고 있다. 저주는 원한을 낳고 원한은 저주를 불러 죽음의 릴레이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하나의 고리를 이룬다.

의처증에 시달리던 사에키 다케오는 부인 가야코를 살해하고 자신도 숨진 채 발견된다. 아들 도시오는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로부터 5년 후, 병든 노파 사치에를 간병하러 간 리카는 2층 다락방에서 남자 아이를 발견한다. 헛것을 본 것은 아닌가 의아해하던 순간 사치에에게 검은 그림자가 덮친다. 사치에의 아들 가쓰야, 가쓰야의 여동생 히토미도 저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5년 전 사에키 부부 살해(피살)사건을 담당했던 도야마는 그 집에서 사람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집에 불을 지르기 위해 석유통을 들고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는 딸 이즈미를 발견한다.

끔찍했던 기억을 잊고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리카. 오랜만에 만난 친구 마리코는 학교에 계속 등교하지 않는 아이의 가정방문을 가야 한다며 투덜댄다.

리카는 식탁 안에서 뭔가 발목을 스쳐지나가는 느낌을 받는 순간 그 아이의 정체를 어렴풋이 깨닫는다.

시미즈 다카시가 공포를 풀어내는 방식은 새롭고 독특하다. 원한과 저주라는 상투적인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짧은 시퀀스롤 연쇄고리로 엮어 지루함을 덜고 궁금증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킨다.

예상치 않은 곳에서 귀신인지 사람인지 모를 존재가 튀어나오는 것도 관객의 비명을 자아낸다. 비명 뒤에 웃음이 이어지지 않는 까닭은 놀라움이 이내 공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옛날 할머니에게 달걀귀신 이야기를 들으면 무서워서 한밤중에 화장실도 못가듯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리 감기도 겁나고 발밑에 뭔가 부딪힌다고 식탁 아래를 들여다볼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무서우면 이불을 뒤집어쓴다고? 그건 더욱 안될 일이다.

상영시간 92분. 12세 이상 관람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