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40도 웃도는 찌는 더위에 ‘탈진’

시민일보

| 2003-06-19 18:26:03

일주일 전부터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 이젠 양고기를 씹기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러다간 그 맛있는 고기들은 먹지 못하고 과일로 배를 채우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진통제을 준비했지만 곧바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집 떠나 춥고 배고프고 아프면 제일 서러운 일인데 춥지 않은 여름에 항시 먹을 것이 넘쳐흐르니 걱정 없고 이젠 나이 40에 접어들어 건강에 신경 써야 할 상황이라면 이른감이 아닌가 하면서도 신경이 쓰인다.

시원한 수박이나 커다란 멜론을 와작와작 씹어먹고 싶은 여름밤에 냉장고는 커녕 뚜껑 없는 화장실에 차가운 물만 나오는 것도 감지덕지한 이 밤에 온몸이 지쳐있다.

다름 아닌 어제 새벽녁에 벌어진 일 때문에 더욱 피곤했다.

카르쉬의 사르본 나이트 클럽의 바에서 타슈겐트의 투르키은행에 근무를 한다는 알리라와 함께 새벽녁까지 보드카를 마시고 알리라의 집으로 함께 가 잠을 자게 되었는데 남자끼리 잠을 자면 말도 안된다며 이리저리 연락을 하더니 알리나의 눈에는 매력적으로 보일 우즈벡 아가씨를 집으로 초대를 해서 나에게 함께 밤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바에서 공짜술 얻어 마시고 알리나 집에서 전형적인 우즈벡 아가씨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오늘밤 피곤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타슈겐트에서 만나자며 알리나와 헤어졌는데 연락처가 바뀌지 않는다면 다음에 타슈겐트에 여행할 때 보상을 해야겠다.

숨이 막혀 죽을 맛이다.


오전 기온이 영상 41도, 점심먹고 난 오후가 영상 45도. 오후 서너시에는 영상 47~48도를 오락가락 하였으니 하루종일 마신 음료수와 생맥주가 몇병인지 모르겠다.

거기에 따끈따끈한 수박과 멜론 종류의 드냐라고 하는 과일까지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때까지 물병을 끼고 살았다.

여기의 과일은 조막막한 것이 아니다. 평균 5kg이 나간다. 값도 엄청싸다.

수박 한통이 150숨 우리돈으로 150원이 조금 넘고 5kg에서 10kg사이의 수박은 300숨/ 300원이면 족하고 5kg에서 10kg사이의 드냐는 1000숨/ 1000원이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해볼만한 장사다.

대한민국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맛볼 수 없는 과일들이 센츄럴 아시아에는 부지기수로 많은데 이런 과일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무역업자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지만 아마도 거리상으로 유통비가 많이 들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아마 유통비만 줄일 수 있다면 이 또한 굉장한 사업거리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