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 좀 써라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시민일보
| 2003-06-19 19:11:03
{ILINK:1} 오래 전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초기 인류집단으로 상당한 두뇌그룹에 속한 것으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 집단이 뒤늦게 나타난 호모사피엔스와의 경쟁에 밀려 멸종돼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실제로 신석기 문명에 거대한 진보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 흔적들이 현실에서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조직적으로 시신을 매장하거나 무덤가에 꽃을 심고 또 부상이 심한 경우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조악하나마)수술을 행하기도 했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비록 훗날 후기 석기문화와 농경·목축이라는 혁명적 생산수단을 발명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네안데르탈인에 비해 출연 시기나 두뇌면에서 훨씬 열등한 집단이었다.
그런데 호모사피엔스가 자신보다 우수한 네안데르탈인을 누르고 인류의 조상자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소설 속에서 말하는 정답은 ‘거짓말 할 줄 아는 능력’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우수한 두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 구사가 불가능했다.
반면 거짓말 구사가 가능했던 호모사피엔스는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워 적을 물리치고 최후의 승자로 남게 됐다. 이는 IQ보다 EQ의 역할이 제 역량을 발휘한 결과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현재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거쳐야 했던 수많은 우여곡절을 지켜봤다.
당내 경선, 후보단일화, 그리고 거대야당 후보와의 힘겨운 본선과정. 어느 한 부분도 그에게 유리한 상황은 없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최후의 승자가 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노대통령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은 ‘전략’이 함께 한 선거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금도 노대통령은 치밀한 전략 아래 세운 통치계획과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목적을 향해가는 과정이 비록 고단하다해도 그는 이전에 그랬듯이 결국은 대통령으로서의 ‘밥값’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스스로 가진 값어치에도 불구하고 실속이 없다.
지난 대선전에서도 그렇고 거대 야당으로서 정국에 참여하는 모습도 그렇다.
대통령이 방귀만 뀌어도 ‘몸집’을 앞세워 으름장을 놓는 야당의 모습은 동네 꼬마대장의 유치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한나라당이 진상규명을 위한 특위 구성이니 뭐니 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 역시 불안하기 짝이 없다. 너무 자주 반복하다보니 국민들도 이제는 듣기가 싫다.
1개를 뺏기지 않으려고 온몸을 바쳐 발버둥치는 것보다 2개를 내주고 10개를 얻어오는 상생의 미학. 그것이 전략이다. 또한 지금의 야당에게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치열한 경쟁대열(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머리(EQ) 좀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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