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다국적군이 주도하는 밤거리 문화
시민일보
| 2003-06-23 19:36:46
대낮의 거리엔 러시아 병사들이 거리를 누빈다면 밤거리는 역시 미군을 비롯 다국적군이 야간 문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러시아 군인들은 맥빠진 군인들이 아니고 하나같이 끝내주는 체격에다가 모두 일류 모델 뺨치게끔 멋있게 생겼다. 다국적군과 함께 있으니 쪽팔리지 않게 미남 군인들만 뽑아 테르메즈로 보낸게 아닌가 싶다.
아프카니스탄의 국경선과 접하고 있는 이곳의 나이트 클럽은 온통 다국적군 군인들의 천국이었다.
우즈벡/ 타직크 아가씨들의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은 아무리 다각도 방향에서 바라봐도 도무지 어울리는 구석을 찾을 수 없었지만 삭막한 남자들만 자리잡은 나이트 클럽에서 이러한 아가씨들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지금 당장은 이렇게 풀린 돈들이 목을 축여줄지는 몰라도 우즈벡키스탄 공화국의 여기저기를 좀먹는 좀벌레와 같은 것을 이사람들은 알면서도 대항할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더운 날씨에 어젯밤도 완전히 밤을 설쳤고 오늘밤도 마찬가지로 땀으로 뒤범벅이 된 침대에서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자동차소리와 이해 못하는 음악소리는 접어두고라도 한밤중에는 더위가 한풀 꺽일만도 한데 전혀 그런 냄새가 보이질 않는다. 더위먹고 설잠 잘 것이 틀림없다.
센츄럴 아시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인 타직크스탄은 그 어떤 아름다움에 비교를 거부하는 파미르고원과 국토의 2분의 1 이상이 해발 3000m 이상의 고도에 위치하고 있고 아프카니스탄과 자그마치 1200km의 국경선을 접하고 있다.
또한 동쪽으로는 중국과 동북쪽에는 키르키스탄 서북쪽으로는 우즈벡키스탄과 대충 보이는대로 어린아이 땅 따먹기 식으로 국경선을 나눠가지고 있다.
구 소련 통치 시절 항시 말썽피우던 골칫덩어리였고 앞으로 갱생의 기미가 보이질 않을 것 같았던 서부시대의 무법자로 이름을 날렸던 타직크스탄 공화국은 과거에 피비린내 나도록 내전이 벌어져 살벌한 인종청소의 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마음껏 총알을 나눠가졌던 두산베가 완전히 나의 생각을 뒤집어 버렸다.
안좁산맥안에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두산베는 레닌공원을 중심으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가로수들이 평화스럽게 웃고 있었고 멋진 장식품처럼 생긴 나즈막한 고전적인 건물들은 언제 피비린내 나는 총알이 빗발쳤던 곳이었는가를 의심케 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