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검은돈 바라는 승무원과 실랑이
시민일보
| 2003-06-24 17:37:57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너무도 평화롭게 변한 두산베를 보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가슴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어제 분명 우즈벡키스탄 테르메즈 기차역의 귀여운 역무원의 말에 따르면 분명 오전 9시 20분에 타직크스탄 두산베로 향하는 기차가 출발한다고 했는데 웬걸 여유 있게 도착한 테르메즈역에는 벌써 기차가 출발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차역에 8시 20분에 도착을 했는데 20분전에 벌써 기차가 도착을 했다니 기차표가 무의미하다는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아줌마 역무원은 기차표는 기차 안에서 팔고 있으니 그냥 기차에 올라타라고 하는데 기차표를 검사하는 경찰은 기차표가 없어 태워줄 수 없다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역무원의 도움으로 기차에 올라타려 하는데 이번에는 열차를 지키는 역무원이 태워주질 않고 뭐하러 두산베에 가냐며 이상스런 소리만 해대는데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기차역의 역무원 아줌마가 다가와 큰 소리 한방치고 나니 찍 소리 못하고 기차에 타라는 것이었다.
희한한 사람들이었다.
6일 오후 17시에 러시아 공화국의 아스트라한에서 출발한 이 기차는 2박 3일 동안 45시간을 달려 타직크스탄 공화국의 두산베에 도착을 하게 되는데 앞으로 겨우 6시간만 더 가면 종점인 까닭에 어느 침대 어느 의자가 비어있는지 알 수가 없어 열차 역무원이 비어있는 곳을 확인해 용돈을 챙기는 것이었다.
우즈벡키스탄을 벗어나는 순간까지 제복을 입은 도둑놈들 때문에 또다시 실강이가 벌어졌다.
기껏해야 기차 요금이 3000숨을 벗어나지 않는데 10달러 1만2900숨을 달라는 것이었다.
하여간 우즈벡키스탄의 국경선을 지키는 우즈벡인의 경찰관들은 모두다 사기꾼들이었다.
기차에서 내릴테니 기차를 세워달라고 하자 이미 우즈벡키스탄의 국경선을 벗어났는데 어떻게 기차를 세울 수 있느냐며 따지는데 그럼 내가 가진 우즈벡키스탄 비자가 더블비자여서 전혀 문제없으니 기차를 세워주지 않으면 나도10달러를 줄수 없다고 버티자 그럼 1만숨으로 깍아주는척 하였다.
자기들이 잠자는 침대칸으로 나를 불러놓고는 봉잡은 모양처럼 혓바닥 굴러가는 대로 마른 침도 삼키지 않고 달러를 부르는데 지나가던 여러 사람들이 모여들자 기차표를 받지 않겠다며 선심을 은근슬쩍 쓰는 더러운 우즈벡인의 역무원에 역겨워 주머니에 있는 3500숨을 던져주고 나와 버렸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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