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유창한 한국어 실력의 ‘러시아 장교’

시민일보

| 2003-06-25 18:27:23

알마타에서 치르칙크로 입국할때도 어린아이 아이큐보다 못한 경찰관한테 2만숨을 강도질당하고 테르메즈의 싸리나수 국경선을 통해 출국할 때도 사기를 당하게 되니 평범한 우즈벡인들의 친절함을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도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모조리 날아가 버리는 듯 싶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내 여권을 가지고 갔던 국경선의 군인이 데리고 온 러시아 장교가 내 여권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우즈벡키스탄 공화국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한말이 나를 기절시켰다.

다름 아닌 한국말로 또렷하게 당신의 이름은 어떻게 되느냐며 천천히 말을 해달라는 말까지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하는 것이었다.

20대 후반의 러시아 장교로 외국말에 관심이 많고 특히 한국에 꼭 가보고 싶어 한국말을 공부한지 반년이 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군인들이 있어주어 조금전의 양아치같은 우즈벡인을 만난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우즈벡키스탄의 테르메즈를 통한 싸리나수 국경선과 타직크스탄의 두산베로 들어가는 빠흐따바드 국경선과는 10m도 안되는 두개의 철조망으로 그어 놓고는 내땅 네땅으로 악수를 하고 있었다.

러시아 말도 딱딱하기 그지 없는데 타지크말은 더하면 더했지 부드러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칼로 찔러도 피한방울 흘릴 것 같지 않은 타직크 병사는 내 여권을 보고는 이곳으로 여행하는 한국인은 처음이며 두산베에는 한국인이 아주 소수밖에 없으니 여행 조심하라며 무뚝뚝하게 여권을 돌려주는데 우즈벡을 지키는 병사들과는 전혀 다르게 군더더기 말이 필요 없었다.

타직크 군인 짱이었다.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 우즈벡키스탄 공화국을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모두 비행기로 두산베에 입국하는 것은 괜찮지만 기차나 버스로 입국하면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생긴다며 육로 여행은 꿈도 꾸지 말라며 극구 말렸는데 그네들의 생각이 모두 허사였다.

이러한 충고가 빗나간 것이 너무도 기뻤다.

타직크인들과 함께 두산베 역에 도착하면서 당연히 거지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라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주변 공화국의 거지들은 모두 타직크인들이 차지하였기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것도 무리가 아니었는데 단 한사람의 거지를 볼 수 없었고 대신 국제 열차에 몸을 싣고 온 사람들을 태우려고 기다리는 택시들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변 공화국의 사람들에 좀 무뚝뚝해 보였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내전을 겪고 나서 생긴 자연스런 모습이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