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스쳐가는 첫사랑에 목맨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시민일보

| 2003-06-25 18:27:49

스타급 TV 드라마 PD가 여의도를 벗어나 충무로에 도전장을 던졌다. ‘해피 투게더’, ‘줄리엣의 남자’, ‘피아노’ 등으로 안방극장 팬들을 사로잡았던 오종록 PD는 차태현, 손예진, 유동근 등 브라운관 출신 스크린 스타들을 내세운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제작 팝콘필름)를 27일 선보인다.

부산 경남고 최고의 문제아 손태일은 IQ 148의 좋은 머리를 공부하는 데 쓰지는 않고 갓난아이적 함께 엄마 젖을 먹고 자란 경남여고 퀸카 주일매의 사랑을 얻는 일에 몽땅 쏟아붓는다.

보다 못한 손태일의 담임 선생님이자 주일매의 아버지 주영달은 전국 30만등하는 태일에게 3000등 안에 들면 엄마 없이 홀로 키워온 일매를 주겠다고 공언한다.

말도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제안이지만 첫사랑에 눈이 먼 태일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2년만에 그의 전국 석차는 수직상승을 거듭해 서울대 법대에 덜컥 붙어버린다. 곤경에 빠진 영달은 “매야 샘한테 쪼매만 더 맡기뒀다 찾아가모 안대겠나”라는 수정제안을 던지고, 태일은 사법고시에 합격할 때까지 일매의 순결을 보호하기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펼친다.

이런 노력도 보람없이 태일의 `첫사랑 사수작전’은 난관에 봉착한다. 키스마저 거부하는 목석같은 태도에 속이 상한 일매는 직장의 젊은 호남형 사장에게 마음을 던져버린다.

이제부터는 영달까지 합세해 일매의 마음을 되돌리려는 특공작전이 펼쳐진다.

오종록 감독은 여의도 시절, 대중의 감성에 잘 맞는 코드를 적절히 배치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입혀 인기와 명성을 누려왔다. 그러나 흥행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아니면 스크린의 영상문법에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 함께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꽃을 든 남자’의 황인뢰 감독이나 `종합병원 THE MOVIE 천일동안’의 최윤석 감독이 걸었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

50분 단위로 수십회씩 방송될 때는 드러나지 않던 억지스런 설정이 고스란히 노출됐으며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108분의 러닝타임에 채워 넣다보니 줄거리는 산만해졌다.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도 대형 화면에서는 훨씬 도드라져 보인다.

결정적으로 아쉬운 대목은 코믹과 멜로의 부자연스러운 조합. 특히 마지막 대목의 체육관 결혼식 장면에서는 가슴찡한 눈물 대신 실소가 터져나오고 만다.

유동근과 차태현의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도 귀에 거슬려 상대적으로 `친구’의 완성도를 돋보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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