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우리… 뗄 수 없는 ‘공생관계’
설치작가 서도호씨 국내 첫 개인전
시민일보
| 2003-06-26 18:43:09
국제무대에서 역량을 인정받아온 설치작가 서도호(40)씨의 국내 첫 개인전이 28일부터 9월7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
서씨는 8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도미, 미국에서 회화와 조소를 공부하고 현재 뉴욕에서 활동중인 젊은 작가. 제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 호평을 받았으며 뉴욕 휘트니 미술관 필립 모리스 분관(2001), 뉴욕 현대미술관(2001), 도쿄의 NTT ICC(2002),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2002), 시애틀 미술관(2002) 등에서 개인전을 통해 독특한 작품세계로 주목을 끌었다.
PVC로 제작한 높이 5㎝정도의 소형 인물상 18만여개가 손바닥을 위를 향한 채 유리판을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위에 발을 딛고 서면 군중을 짓밟고있는 느낌과 수많은 인물상들이 자신을 떠받치고 있다는 당혹감을 느끼게된다. 이 인물상들은 다른 인종과 성별을 지닌 여섯개의 다른 주형으로 주조됐다.
가족과 친지, 그리고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 또 그사람들이 모아온 얼굴사진들을 스캔하여 벽지로 제작한 것이다. 90x90㎝에 손톱만한 크기의 사진 4만점을 한세트로 하여 총 600세트가 사용됐다.
즉 얼굴 사진 2400여만개가 관람객을 바라보고 있는 것. ‘우리’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7만여개의 군대 인식표로 갑옷을 형상화한 ‘SOME/ME’는 개개인을 판독하지 못한채 무의미한 이름들이 만들어내는 다수의 침묵을 보여준다.
성, 이름, 혈액형, 종교, 군번 등을 기록한 군대 인식표는 인간의 생물학적, 사회적 정체성을 모두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이다.
신작인 PARATROOPER-1은 작가가 받은 서명(사인)들을 분홍색 실로 수놓고 그 서명의 끝에서 풀려 나온 실들을 한가닥 한가닥 모아 한 병사가 그 줄을 당기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 서명의 수, 즉 줄의 수는 3000개나 된다.
서씨는 적진에 안착한 병사가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이 미국에 처음 건너갔을 때 고생하던 자신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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