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생리가 한국사회 생리”
청계천을 떠나며 이웅선 지음/ 황금가지 刊
시민일보
| 2003-06-30 20:42:30
“파란 불도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 물샐틈 없는 인파로 가득찬 땀냄새 가득한 거리여...” 뿌연 헤드라이트 불빛에 덮쳐오는 가난의 풍경이 물씬 배어나오던 청계천 복구를 앞두고 대학 졸업후 20년동안 청계천에서 장사로 생계를 이어온 저자 이웅선씨가 45년만의 청계천 복원을 맞아 삶의 터전을 정리하는 ‘청계천을 떠나며’를 펴냈다.
“공약하는 쪽이나 현실성을 따지는 쪽이나 모두 진작 청계천에서 장사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장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지금까지 항상 그랬기 때문에 청계천 사람들도 큰 관심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실 좀 섭섭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청계천을 ‘개천’이라 부르며 “개천에서 용(부자) 나는” 꿈을 꿨던 이곳 사람들을 대표해 저자는 이 복개천을 생활 공간으로 삼았던 사람들의 특성, 경제학, 숨은 생각 등을 소상히 그렸다.
이씨가 말하는 청계천 사람은 출신 지역을 차별하지 않는 졸병 태생으로 허세를 부리지 않고 실속을 중요시하는 현실주의자.
“청계천 사람은 목적을 위해서 약게 굴 줄 안다. 목표를 감추고 실속을 차리되, 사소한 일에 자존심을 걸고 덤벼드는 미련한 짓을 하지 않아야 일등 국가가 될 수 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고 싶은 사람이 청계천 사람이고,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쓸 수 있는 사람이 한국 사람이다.”
사실 이씨가 묘사하는 생산재 유통의 메카 청계천은 청계천만의 모습이 아니다.
이씨는 “막연히 청계천에는 세상 다른 곳과 구별되는 독특한 무엇이 있다고 보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지만, 막상 써 놓고 보니까 그중 상당 부분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돈’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돌아가는 청계천의 생리는 곧 한국 사회의 생리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 “한 사회가 몽땅 장사 생리로 움직일 때 그것을 우리는 천민 자본주의라 한다”며 저자는 흙빛 청계천의 생활과 우리 사회의 뒤안을 동시에 꼬집었다.
이씨는 “다른 것은 몰라도 그동안의 세월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청계천을 떠나고 싶었다”며 “이 책을 ‘개천’사람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밝혔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