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복잡한 지형 벗어나는데 7시간
시민일보
| 2003-07-01 20:00:47
여러 번 센츄럴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익힌 것 중에 한가지가 음식 시켜놓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배웠는데 두산베에서는 익힌 것을 친절하게도 복습할 시간을 주었다. 성질나도록 느렸다.
여기에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앞으로 음식 기다리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 실패하기 딱 좋다. 바로 센츄럴 아시아의 여우같은 사람들중에는 한국 사람들의 이런 성격을 알고 야곰야곰 기다리다가 알맹이만 빼먹고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깊은 밤인데 아직도 섹스폰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아직 파티가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레니나 공원의 레닌 아저씨도 듣고 있을 것이다. 기차를 타고 두산베에 들어올 때 나타났던 거대한 안좁 산맥의 3,372m의 산꼭대기를 지나 또다시 3,378m의 애니패스를 넘어 제라이샨강을 지나 이 지역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판 마운틴 지형을 벗어나는 데만 대략 7시간 정도 걸렸다.
두산베에서 제2의 도시인 호잔까지는 겨우 350km에 불과하지만 직선으로 연결된 기차는 물론이거니와 반듯한 도로 또한 없다.
아마도 수도와 제2의 도시간에 직통으로 연결된 육로가 없는 곳은 여기뿐인가 싶다.
가끔 있는 기차는 우즈벡키스탄의 사마라칸트로 돌아가기에 만 하루가 걸리고 폭 4.5m에 불과한 비포장 도로의 밑으로는 수십킬로미터 낭떠러지이니 수많은 사람들을 싣고 이길을 자나가다가는 매일같이 신문이나 매스컴을 화려하게 장식할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오로지 이길을 안전하게 지나가는 방법은 서너명을 싣고 조심조심 기어가는 자가용 택시 밖에 없다.
허리까지 눈이 쌓이는 한겨울에는 체인을 칭칭감고 짚이 이 산맥을 넘어간다.
꾸불꾸불한 U자형의 아주 형편없는 돌멩이 밭길인 비포장길을 현기증 나도록 달리는 이유는 판 마운틴 산맥을 지나며 보는 자연환경이 장관이기에 이렇게 어렵고 힘든 길을 넘어가는 것이다.
물론 아슬아슬 하지만 화물을 가득 싣고 움직이는 컨테이너 차량들을 운전하는 기사들은 누가누가 늦게 도착하나 시합할 만큼 느림보 운행을 해야만 한다.
비즈니스맨들 혹은 시간을 쪼개어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매일같이 운행하는 1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 비행기를 타고 가면 문제는 없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한달 월급이 20달러에서 40달러인데 비행기 한번 타기 위해 100달러씩 던질 사람은 당연히 없을 테니 말이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