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성 깃든 ‘동양의 자연주의’
국립현대미술관 안상철 회고展
시민일보
| 2003-07-01 20:01:34
보수적인 한국화단에서 파격적인 작업을 전개시켜 주목을 받았던 안상철은 종이에 돌을 부착하기도 하고 고목으로 된 입체작품을 제작하기도 하고 누런 종이에 얼룩을 만들어 독특한 질감을 얻는 등 전통회화에서 벗어나 대담한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오광수)은 2일부터 9월 7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연정(然靜) 안상철(1927-93) 회고전 ‘안상철: 수묵과 오브제’전을 개최한다.
작고 10주기를 맞아 열리는 이번 회고전에는 총 60점이 전시된다.
수묵을 위주로 한 초기작부터 후기의 오브제 작업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번째가 수묵화로 1950, 60년대 작품들이다. ‘전(田)’ ‘잔설(殘雪)’ 등이 해당된다.
두번째는 오브제로 1960년대에서 말년까지의 작품들이다.
고목을 채색하고 그 위에 모터를 붙인 91년작 ‘영(靈)-91’은 1962년부터 만들어온 ‘영’ 시리즈의 하나. 자연을 영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샤머니즘적인 신비로 표현한 작품이다.
‘황홍모란분재’ ‘목련’ ‘청매’ 등 70년대 이후 채색화들은 수묵담채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험을 거쳐 새로운 종이와 기법에 의해 그려진 것들이다.
잘 찢어지지 않는 크라프트지나 왓트만지 위에 호분(안료)과 아교를 혼합하여 20여차례 덧칠을 하고 3,4일을 건조시키는 것으로 아교의 수축하는 성질과 호분의 선명성에의해 얼룩과 버짐의 자유로운 형상이 만들어진다.
덕수궁 미술관 박수진 큐레이터는 “한국화부문에서 안상철은 오브제를 통한 입체작품을 실현시켰던 최초의 작가였고 전통회화의 현대화를 위해 매진해온 전위적인 작가였다”고 말하고 “작품 형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동양의 자연주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779-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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