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 솔아 …

이 영 란 정치행정팀장

시민일보

| 2003-07-07 19:20:31

{ILINK:1}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마라
창살아래 내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
김영춘 의원의 핸드폰 컬러링을 듣고 있자니 문득 콧날이 시큰해진다.

민주화 운동이 정부의 강한 탄압과 폭력아래 억압받으며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곧 신체의 구속으로 이어지던 시절에 눈물을 흘리며 불리었던 대표적 운동권 가요였기 때문이었을까.

그건 아니다.

진정한 정치개혁의 밑거름을 자처하며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결심이 도출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을 갈등했을 젊은 정치인의 고뇌가 감동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온 때문이었다.

“재선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기득권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도전하겠습니다”

김의원이 밝힌 탈당의 변이 뜨겁게 와 닿은 핸드폰 컬러링은 ‘결단’을 만류하는 주위의 우려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단호하게 전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단다.

누구나 밝은 곳, 편한 곳, 보장된 곳에 대해 본능적인 촉각을 세우기 마련이다.

안주할 수 있는 기존의 틀에서 신산한 음지쪽을 향해 결행할 수 있는 결단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그는 한나라당 신지도부로부터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기대주 아니었던가.

김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내년 총선을 그대로 치를 경우 재선은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정치인에 있어 ‘선거 당선’ 만큼 달콤한 유혹이 어디 있겠는가.

그놈의 ‘승산’ 때문에 많은 정치인들이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당지도부의 눈치를 살피거나 지역구 주민의 환심을 얻기 위해 웃음을 파는 ‘모리배’로의 전락을 감수하고 있다.

“다음 선거에서 정치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습니다만 설령 성과가 적다고 하더라도 이 깨져 마땅한 정치판에 의미있는 균열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그가 결행에 대한 댓가로 재선 포기에 상응하는 열매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저 ‘의미있는 삶’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학생 운동권의 대표 주자로 민주화의 꿈을 사르던 그가 이제 불혹의 나이에 이르러 과거 그랬던 것처럼 ‘고단한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김의원은 어쩌면 자신의 소신을 실행할 수 있었다는 의미에서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그는 이미 기득권의 벽에 기대어 안일한 재선을 꿈꾸는 무리들을 제압했다. 확실히 그들과 ‘격’을 달리하는 인물로 격상된 것이다.

버림으로써 자신을 살린 것이다.

이제는 온 국민이 나서 푸른 솔로 거듭난 그를 지키는 일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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