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내딸 사가라” 붙잡는 아주머니

시민일보

| 2003-07-08 18:10:02

내친김에 페르가나 지역까지 왔다.

아침 일찍 서둘러 타직크스탄을 벗어나려 했으나 나의 게으름 때문에 넉넉잡고 2시간이면 우즈벡키스탄의 국경선으로 넘어갈 수 있었으나 다섯시간 만에야 국경선을 넘을 수 있었다.

어제 버스터미널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의 말은 우즈벡키스탄의 타슈겐트나 사마라칸트로 넘어가는 국경선은 베가밧 그라니쨔(국경선)로 가야하고 코간트나 페르가나로 가려면 카니바담 그라니쨔(국경선)으로 가야한다고 분명히 말을 했는데 오늘 버스를 타면서 페르가나로 가려하는데 국경선까지 가는 버스가 맞느냐고 물어보니 운전사 양반 당연히 그렇다고 했는데 버스가 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운전사에게 따지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리발을 내미는데 환장할 노릇이었다.

호잔에서 내가 잘못 들어운 베가밧 국경선까지는 겨우 45km에 불과하지만 1시간 15분이 걸렸으니 얼마나 느리게 왔는지 알만했다.

우즈벡키스탄으로 넘어가 환전하는 것보다는 환전률이 높은 국경선에서 환전하는 것이 이득이기에 기분 좋게 30달러를 두툼한 숨으로 환전까지 해놓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 여행에서는 우즈벡키스탄의 국경선이 가까워올 때마다 사건이 안 터질 때가 없었다.

우선 배고픈 것부터 해결하고자 차이와 쌈사를 시켜놓고 먹는데 곱상하게 생긴 주인 아줌마 한국에서 온 여행자라고 하자 자기 딸을 소개시켜주며 5000달러에 자기 딸을 사가라며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일부다처제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슬람에서 그것도 산꼴짜기에서는 당연시되고 있어 주인 딸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표정이었다.지금은 돈이 없어 딸을 살 수 없고 다음에 여행 올 때까지 딸이 있으면 사간다고 하자 차이를 연거푸 따라주며 꼭 돈을 가져와 순수한 자기 딸을 사가라고 말하는데 동글동글한 눈이 참으로 매력적인 모습이다.

5000달러면 한달 월급을 30달러로 환산해서 167개월, 14년간을 꼬빡 모아놓아야 하는 이들에겐 상당한 돈이다.
여유만 있으면 네명의 아내를 거느릴 수 있으니 바람 피우고 싶은 남자들은 열심히 일해 돈 많이 벌어 이쪽으로 넘어오면 신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호잔으로 나와 카니바담 그라니쨔(국경선)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건 도저히 버스라고 할 수 없었다.

버스타고 돌아다니는 것 어지간히 단련되어있는 몸인데 사람들을 짐짝으로 생각해 차곡차곡 쌓아놓은 화물창고였다. 그야말고 발을 들여놓을 빈틈이 보이질 않았다.

아마 20km이상으로 달릴수만 있으면 다행이다 싶은 버스가 100km를 가려면 얼마나 오랜시간을 가야하는지 계산이 나오질 않았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