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황량한 모래도시 ‘카니바담’
시민일보
| 2003-07-09 17:52:35
분명 이 버스는 너무 많은 짐과 사람으로 인해 엔진에 언제 불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고 이 버스를 타고 가다간 오늘 저녁에도 국경선에 도착하는 것은 어림없어 보였다.
한 사람당 1달러가 조금 모자라는 2써머니를 주고 네명이서 택시를 타고 카니바담에 도착을 하니 카니바담은 살아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괴물처럼 쓸모 없이 버려져있는 거대한 공장들과 콘크리트 벽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아파트에다가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든 만큼 조그마한 어린아이들은 날아갈 정도의 강력한 모래바람이 불어닥쳤다.
거리엔 사람들이 보이질 않았으니 왜 구 소련이 수많은 러시아인들을 타직크스탄으로 이주시키려다가 실패했는지 이유를 알만했다.
오후 3시 30분에 도착한 카니바담 그라니쨔(국경선)에도 눈을 도저히 뜰수 없을 만큼 강력한 모래바람이 몰아닥쳤다.
타직크스탄의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은 하나같이 터프한 군인들만 모아놓았다.
우즈벡키스탄의 테르메즈에서 두산베로 넘어올 때도 환영한다는 말밖에 없었는데 이번 카니바담으로 넘어갈 때도 다시 오라는 단 한마디 말밖에 없었다.
출국 스탬프는 찍어줘야 할 것 아니냐고 하니 우린 그런 것 없으니 그냥 넘어가라는 것이었다. 대신 언제와도 우리는 당신을 환영한다는 말만 덧붙일 뿐이었다.
들어올 때나 나갈 때 그리고 여행을 하는 동안 단 한번도 나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했던 타직크스탄은 이번 여행중에 하이라이트에 해당되었다.
타직크스탄의 국경 수비대원은 양쪽 국경선을 오고가며 친인척을 만나는 사람들을 제쳐놓고 나를 직접 철조망까지 데려가 우즈벡키스탄의 검문소에 우선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화끈한 타직크스탄의 국경선을 벗어나자 곧바로 짜증스러운 우즈벡키스탄의 군인들과 경찰들이 군침을 흘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경선을 넘어가자마자 또다시 눈앞에서 넘어오는 것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여권을 보여달라는데 이번에는 거주지 등록이 문제 없자 꼬투리 잡을 명목이 없어진 것에 영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우즈벡키스탄 테르메즈에서 타직크스탄 두산베로 입국할 때 레기스테이션을 작성하지 않아 카자흐스탄에서 우즈벡키스탄으로 넘어올 때 가지고 있던 한장의 레기스테이션에다 오늘 또 한장의 레기스텐이션을 갖게 되었으니 구 소련으로 입국할 때 가장 까다로운 이 서류를 2장씩이나 가지게 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구 소련을 여행할 때 여행자의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레기스테이션과 거주지 등록문제인데 싱거운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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