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 문화·역사 ‘진솔’
‘영원한 자유인, 집시들의 노래’ 콘라드 베르코비치 지음/ 조윤정 옮김
시민일보
| 2003-07-28 19:06:43
프랑스에선 ‘치간느’ 혹은 ‘보헤미안’, 독일에선 ‘치고이너’, 북유럽에선 ‘타타르’ 또는 ‘사라센인’, 동유럽에선 ‘치가니’, 스페인에선 ‘히타노’…
자유를 찾아 바람처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 집시는 그 고단한 역사를 말해주듯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기원전 11세기 이후 아리아인들이 인도를 침략할 때 최하층 계급으로 전락한 원주민들이 집시의 조상으로, 이들이 침략자들의 박해를 피해 페르시아를 거쳐 서유럽으로 이동해 갔다고 하지만 그 이동경로와 시기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루마니아의 소설가 콘라드 베르코비치가 펴낸 ‘집시, 바람의 노래’(파스칼북스 刊. 조윤정 옮김)는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생활 속에서 꽃피운 집시의 문화, 전설,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수많은 이름으로 불린 만큼 ‘영원한 타자(他者)’일뿐, 집시들은 주로 탄압의 대상이었다.
루마니아에선 노예화되어 크리스트교를 강요당했고 헝가리에선 인육을 먹는다고 비난받았으며, 프랑스에선 무법자로 독일에서는 사냥의 대상이었다. 영국에서는 무익한 생활을 한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언도받았고 미국에선 실내에서만 살도록 강요받았을 때 결핵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집시들은 ‘칼로어(Calo)’라는 산스크리트계 고유 언어를 잃지 않고 독특한 문화를 계승·발전시켰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배출하기도 했다. 또 수많은 나라에서 뛰어난 금속 세공사로 존경받았다.
파스칼북스 刊. 조윤정 옮김.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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