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동서로 170㎞ 걸친 거대한 호수

시민일보

| 2003-07-28 19:07:21

이수쿨 호수를 끼고있는 촐폰알타는 키르키스탄이 외국에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자 키르키스탄의 대통령 아카예프의 개인집이 있는 곳인데 나는 여기에서 호수가 바라다 보이는 방에서는 잠을 자지는 못하고 창고에서 잠을 자야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이수쿨 호수에 와서 창고에서 잠을 잘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질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추억거리 하나 생기게 되었다.

이수쿨 호수의 크기는 동서로 170km, 남북으로 70km에 달하며 퀸케이 알라타우와 테르스게이 알라타우산의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호수이며 이수쿨 호수의 주변을 돌아보려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소비에트 시절 공산당 간부의 휴양지로도 유명했으며 바로 최근까지 외국인의 여행이 출입금지 되었던 곳으로 사나토리아의 건강 온천장에서 하는 멋진 마사지 여행은 소비에트 시절까지만 해도 즐비했으나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그나마 몇 개 남아있는 것조차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변해 버렸다.

이수쿨 호수로 여행을 오는 주변 공화국의 사람들은 두 군데 자리잡은 조그마한 바자르에서 과일과 고기·야채를 사가지고가 민박집에서 요리를 하며 값싼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며 머나먼 곳에서 여기까지 오는 이유는 아마도 센츄럴 아시아에서 가장 완벽하고 훌륭한 하이킹 트렉킹을 하는데 있을 것이다.

이수쿨 호수에는 30~40kg이 나가는 송어가 있으나 발칙에서 팔고있는 40~50cm의 차바칙크로 만족을 해야만 했지만 보드카와 함께 먹는 차바칙크의 맛은 일품이었다. 손바닥만한 차박크는 다섯마리씩 철사로 묶어 놓고 강렬한 햇살에 말리고 있었는데 이수쿨 호수를 끼고있는 도시는 영락없이 이 차박크의 냄새로 진동하고 있었다.

짭짤한 맛의 이 고기는 한국에 수입해 맥주안주로 삼으면 딱 맞아떨어질 것 같았다. 해발 1600m의 높이에 위치한 이수쿨 호수의 8월 중순에 접어드는 호숫가의 물은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물보다 더 오싹오싹 할 만큼 차기만 한데 보드카와 맥주를 번갈아 마신 수많은 사람들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수영을 기가 막히게 하고 있었다.

보드카 한잔 마시고 수영한번 하고 맥주 한 병 마시고 다시 수영한번 하고 그리고 모래사장에서 낮잠 한번 자고 참으로 여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고의 게으름으로 그지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자로 곧게 뻗은 촐폰알타에서 이수쿨 호수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카라쿨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지역으로 중앙 천산 산맥을 트렉킹하기에 가장 좋은 도시인데 여기에 와서도 트렉킹이나 짧은 핫팬츠만 입고 상의는 입은 건지 아니면 살짝 가린 것인지 반라의 차림으로 도시를 활보하는 여성들이 죽이게 많았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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