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제도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07-29 18:56:44
지금 우리사회는 각 지자체마다 갖가지 현안 충돌로 대립과 갈등이 양산되는 혼란으로 엉켜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행정마비는 물론 경제적 손실마저 예상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주민투표법안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행정의 최종 권한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동시에 갈등에 따른 경제적 낭비를 최소화 해보겠다는 행자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이번 법안은 일련의 사회적 분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일종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에 주요 현안이 발생할 경우 내년부터는 직접 투표로 주민 의사를 확인·결정하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그동안 자치단체의 정책결정은 상당부분이 집행부 고유권한으로 일방통행식 법집행이 이뤄져왔던 것이 사실이었고 이로 인해 주민갈등 조장은 물론 반대여론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에 대한 폐해가 지적됐던 것이 사실이다.
또 주민갈등의 주범이 된 쓰레기 매립장과 같은 공공시설 설치 등에 따른 주민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주민투표제는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위나 결정, 또는 지방의회에 대해 확실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진일보된 직접 민주주의 형태다.
또 정책결정과정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외면되기 일쑤였던 소수자의 이익보호는 물론 주민 불만 해소의 역할로도 가치가 높다.
그러나 제도시행에 있어 예상되는 부정적인 측면 역시 만만치 않다.
이는 앞서 이 제도를 시행했던 선진국의 선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의도하기에 따라서 일부 반대세력들이 이를 조종하고 괴롭힐 수 있는 것이 이 제도의 역기능이다.
예를 들어 특정이익단체가 주민투표제를 이용하려든다면 지방정치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은 물론 이를 지배하는 어이없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
현안마다 투표가 남용되거나, 기껏 구성해놓은 지방의회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또 인기없는 정책의 책임회피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 행정의 최종 권한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획기적 개혁이라는 평과는 달리 포퓰리즘에 휘둘릴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주민투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정보공개조례의 제정을 통한 정보공개법 제정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의회제 민주주의 부정, 단체장이나 의회의 책임회피 가능성, 합리적인 의사결정 가능성에 대한 의구, 주민간의 감정적 대립, 남용에 의한 혼란, 소수파의 억압수단으로 사용되는 폐해에 직면할 수 도 있다.
아무리 좋은 연장도 올바로 사용할 때 가치가 있다. 주민투표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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