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사우나에 들어닥친 경찰관

시민일보

| 2003-08-04 17:46:43

케겐을 통해서 알마타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뿐더러 대중 교통도 상당히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처음엔 촐폰알타로 돌아와 다시 비슈켁으로 돌아가지 않고 케겐을 통해 넘어가려 했는데 제대로 시간대가 맞지 않아 돌아온 길로 와야만 했다.

비슈켁에 도착하자 조금의 시간적 여유도 있고 그동안의 피로함도 풀 겸 마사지의 요금이 서너 배나 비싸지는 알마타보다는 여기에서 마사지 받고 넘어갈 생각으로 사우나를 찾았는데 웬걸 여기서도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조용한 주말에 사우나하러 온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일반실은 모두 꽉차고 문을 마주보고 있는 조그마한 별실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는데 열심히 샤워하고 마사지를 받으려고 막 시작하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홀딱 벗은 몸으로 누구냐고 물었더니 미안하다면서 얼굴을 내민 사람은 정복을 입은 비슈켁 경찰관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사우나에서 불법행위를 하는지를 단속하러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방금 샤워한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좌르르르 흘렀다.

그러면서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 없는지 맞은편 의자에 앉아 보드카를 마시고 있는데 만약 내가 섹시한 아가씨에게 환상적인 마사지를 받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생길 수도 있었다.

간혹 한국의 무지한 여행자들이 여행하러 센츄럴 아시아에 왔다가 도무지 욕구를 참을 수 없을 만큼의 끝내주게 아름다운 금발의 아가씨를 품에 안아 보려고 섹스 관광하다가 현지의 경찰관한테 재수 없게 걸려들어 엄청 많은 벌금을 물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소식을 듣곤 했는데 내가 그 꼴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잽싸게 옷을 챙겨 입고는 그 아름다운 키르키 아가씨와 손잡고 사우나실을 나오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했다.


알리사의 아름다움을 체험하지 못하고 사우나실을 나와 알리사가 건네는 시원한 음료수 한잔 마시며 여주인한테 물어보니 그 경찰관도 마사지를 받기 위해 왔다고 했지만 미리 겁을 먹고 그런것일수도 있고 아니면 미연에 방지한 셈이기도 했다.

제대로 후반전의 화끈한 시간은 보내지 못했지만 쌀밥과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어야 배탈이 나질 않는 법이니 007영화의 본드걸처럼 섹시하다 못해 눈 시린 그런 아가씨들이 내 주변에 아무리 많아도 로맨스는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님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얻은 교훈 중에 하나다.

이번 센츄럴 아시아 여행을 하면서 그토록 나의 시선을 끌어 당겼던 수많은 아가씨한테 헛눈질 하다가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으니 나와 아가씨들과는 이번 여행에서 인연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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