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의 ‘들보’를 빼자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08-05 18:54:40
이명박 서울시장이 차기대통령선거 도전을 시사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5일 한 여성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까지는 정치만 하고 경륜이 없던 사람들로 인한 부작용이 많았다”며 전·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한편 2007년 대권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3년 후의 미래를 얘기하기가 일러 지금은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의 대권도전은 바람직한 추세”라는 점을 강조해 대권도전 의욕을 보이고 나섰다.
실제로 이 시장의 ‘대권도전설’은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해 이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밀어붙이기 실력을 발휘, ‘청계천복원공사 착공’을 강행시킨 것을 두고도 세간에서는 차기 대권도전을 위한 진지 구축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장의 미래 비전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시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보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사람들의 보는 눈은 정확하다. 이들에게 신뢰를 줘야하고 정직이 바탕이 돼야 한다. 또 정책을 결정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떤 정책도 이해관계 당사자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결정된 후에 이런 의견 때문에 좌우되면 신뢰가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지도자는 국민적인 신뢰를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도자는 국민들을 정말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신뢰가 있고 희망을 주고 올바른 길이라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리더십이 부각되는 비결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이 시장의 답변이다. 이 내용대로라면 그는 자신이 국민적 신뢰 속에서 건전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시정 일정에 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이 시장의 치적보다는 밀어붙이기 행정을 비난하는 반대여론을 훨씬 많이 접하게 된다.
이런 실정때문에 혹 그가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 건 아닌지 솔직히 걱정도 된다. 당장 그가 대권도전 의욕을 시사했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오르자마자 보인 네티즌들의 반응만 해도 그렇다.
비난하는 답글 일색이다. 그의 말대로 신뢰받는 단체장이었다면 이와는 다른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최소한 찬반양론 정도라도 말이다.
대권도 좋고 CEO 시장의 의욕도 좋지만 지금은 남의 말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지금 이 시장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은 ‘자만’보다는 ‘역지사지의 배려’다.
내 눈의 ‘들보’를 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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