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면목을 보고 싶다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08-07 19:27:01

{ILINK:1} 한나라당이 달라질 것 같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6일 “한나라당이 서민의 아픔을 모르고, 통일반대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고 앞으로 예산문제를 가지고 야당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정치공세 일변도였던 대여 투쟁 방식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그는 또 “청년실업, 카드 빚 문제 같은 피부에 와 닿는 민생문제에 노무현 행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만큼 입법부의 책임을 진 다수당이 예산심의를 통해 야당의 뜻을 관철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은 ‘당 지지도 급락’이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나라당 자체 조사결과 최 대표 출범 직후 민주당보다 높았던 당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떨어져 하위를 기록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결과는 여당과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된 것이어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를 간과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 아닌가.

앞서 소개한 최대표의 발언이 구당 차원에서 모색된 ‘돌파구 찾기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그 같은 내용의 결단은 환영할 만하다.

사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여당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지나치게 안주해왔다. 기본적인 자존의식 조차 찾아 보기 힘들었다. 툭하면 거대한 몸집을 앞세워 ‘으름장’과 함께 국정 운영의 발목이나 잡는 것으로 비춰지기 일쑤인 대여공세는 한나라당이 특정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당리당략에 치중한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남북교류와 경협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보인 태도만 해도 그렇다. 한나라당은 DJ 정부 내내 ‘햇볕정책’을 규탄해왔다. 경협차원에서 진행된 대북송금에 문제점을 제기하며 1차 특검도 모자라 재특검을 해야한다고 주장한 것도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의 대여공세를 두고 ‘국가의 장래와 민족문제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이 오로지 기득권을 지켜내려는 세력들이 끼치는 해악’이라고까지 표현한 한 네티즌의 독설을 주목해 보라.

그러나 이제 한나라당 대표가 ‘남북교류와 경협에 대해 민족통일이나 북핵문제까지 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
대오를 이루고 있는 여론의 흐름의 실체를 파악한 때문이었을까. 때늦은 감은 있지만 어쨌든 반갑다.

당리당략에 앞서야 할 것은 국가와 민족의 안위다. 정당의 승패는 그 다음이다.

속보이는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국정을 혼란시키고 진실을 호도하는 행위는 ‘매국’일 뿐이다.

지금은 절대위기의 국가적 안보와 얽혀진 경제난제를 푸는 것이 가장 시급한 때라는 인식으로 환골탈태를 시도하고 나선 한나라당에 거는 기대가 크다.

거대야당의 진면목을 꼭 보고싶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