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싶은’ 사회 치부 드러내

‘교도소 사람들’이순길 지음 / 찬섬출판사 刊

시민일보

| 2003-08-16 14:06:58

그 집의 화장실을 보면 집주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을 한 나라로 따지자면 어디에 해당될까? 범죄자들을 격리, 수용하는 교도소를 보면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외

국 국빈에게 우리나라의 교도소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하면 아마도 온 국민이 걱정과 우려를 나타낼 것이다. 그것은 교도소란 좁고 후락한 시설에,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모두 박탈하는 최악의 생활 공간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 때문이다. 교도소는 우리 사회가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치부인 셈.

그런데 정말 치부를 드러낸다면 그 모습은 어떨까?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대로 추악하고 더럽기 그지없는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제까지 외면해왔던 교도소의 실정을 공개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바로 교도관 출신으로서는 최초로 법무부 교정국장까지 역임한 바 있는 이순길 교수(동국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쓴 ‘교도소 사람들’(도서출판 찬섬 刊)이다.

‘교도소 사람들’은 전체 5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은 맨 처음 우리나라 교정의 현주소부터 이야기한다. 교정이라는 말 자체가 아예 생소한 우리나라의 현실과 교도소를 단순히 ‘감옥’ 정도로 이해하는 일반인들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고 싶은 저자의 의도가 보인다 하겠다. 이 교수에 의하면 교정이라는 개념이 성립된 것 자체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의 일.

그 이전까지는 감옥이니 간수니 하는 개념들이 단순히 죄에 대한 응징의 차원, 또는 동해 복수적인 차원의 개념이었을 뿐, 잘못을 저지른 개인을 재교육하여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목적의 교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까지도 교도관을 간수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우리 국민들은 교정에 대해서만큼은 조선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셈이다.

이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잊고 살았던 진실 한 가지가 깨우쳐진다.

‘교도소 사람들’이란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갇혀 살아가는 재소자와 교도관들만이 아니다. 기상 나팔에 맞춰 일어나 작업장에 나가 일을 하고 5시면 돌아와 취침 나팔을 불기 전까지 시간을 보내는 재소자들과 담장 바깥에서 살아가는 일반인들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담 하나로 교도소와 그 바깥 세상을 구획해놓은 채 교도소 사람들과 자신을 구별지으며, 딴에는 그들의 생활보다 자유롭다고 자부하며 생활하는 일반인들의 모습이란 게 교도소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도 없다. 교도소 역시 6만여 명의 재소자와 1만2000여 명의 교도관들이 모여 살아가는 작은 사회일 뿐이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저자의 의도가 충분히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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