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신의 실크로드기행

아쉬움 뒤로한 채 ‘서울로’

시민일보

| 2003-08-25 18:56:10

현재시간 13시 46분 베이징 공항의 13번 대기실에 앉아 15시 10분에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 334편을 기다리며 이젠 외국인이 가뭄에 콩나듯 보이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저기 한국말만 들릴 뿐이고 심지어는 짐을 실어다주는 심부름꾼이 입고 있는 유니폼조차 등뒤의 글씨가 한국의 어느 부동산 회사의 광고로 나올 만큼 모두가 한국에 관련된 것들만 보일 뿐이다.

2년 만에 찾은 베이징에서 만리장성이나 이화원을 돌아보고 싶었지만 4년 전에 한바퀴 돌아보려다 사람들의 발자국에 치여 다 집어 치우고 베이징의 뒷골목만 20여일간 뒤집고 다니다 신강지역으로 이동한 생각이 스친다. 뭐니뭐니 해도 중국의 서쪽이 여행의 일품이다.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서운하지만 그렇다고 베이징에 머무는 것은 더욱더 짜증난다.

언젠가 다시 배낭을 메고 기차여행을 떠날지 모르겠지만 아주 옛날 카라반들이 서쪽으로, 서쪽으로 낙타에 비단과 금을 싣고서 사막을 지나 강을 넘어 산을 돌아갔던 그 길을 나는 기차를 타고 가게 될 날을 또다시 그려본다.

여름과 겨울 어느 계절에 기차여행을 하더라도 언제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날을 그리워 며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상상의 여행을 미리 떠나본다.

하얀 겨울에 떠나고 싶다. 기차를 타고서.

-실크로드를 따라 25,000km의 기차여행을 끝내며-

프로 야구의 꿈의 무대가 미국 프로야구라면 실크로드는 배낭 여행자들의 꿈의 무대일 것이다.

그렇지만 실크로드 여행이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환상적이거나 매혹적이지만 않다.

중국의 신강 위그루 지역인 동투르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키르키스탄· 타직크스탄·우즈벡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등 구 소련에서 독립한 5개 공화국과 아프카니스탄을 포함한 서 투르키스탄은 오랫동안 세상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졌던 실크로드의 중심부이자 유라시아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험난한 지역이다.
여행전문가 kapabah@chollian.net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