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혼하라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08-26 18:32:11
{ILINK:1}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이혼’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주당내 신당논의가 마침내 ‘결렬’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25일 저녁 신구주류와 중도파가 참여한 막판 대화조정기구 회의에서 신당과 관련, 끝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이로써 그동안 논의과정에 들인 공은 아무런 성과 없이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이를 안타깝게 여기거나 아쉬워하는 국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결렬’이라는 결과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안건과 관련해 신구주류 양측 모두 저마다 한발씩 후퇴하는 모습을 보일 때만 해도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호기심이 일었었다.
더구나 신구주류간 협상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보도는 ‘이러다 뭔가 일을 낼 수도 있다’는 긴장감마저 들게 했다.
하지만 역시 결과는 씁쓸함만 남긴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신주류 일각의 집단탈당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신주류는 구주류 탓이라고 말한다. 전대 의제로 신설합당이냐, 흡수합당이냐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구주류가 ‘새 지도부 구성후 신당논의’라는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안을 내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주류의 의도는 결국 신당논의를 원점으로 돌려 무산시키려는 것이라는 게 신주류측의 주장이다.
지난 22일 전대 안건 합의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언론에 공개한 신주류의 정당하지 못한 행위를 비난한다.
그래서 이럴 바엔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신당논의와 총선 준비를 병행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어떤 내용의 조정인들 가능했겠는가.
이제 27일, 마지막 기회에서 조차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당무회의에서 전대안건을 표결로 처리하게 될텐데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또 누구나 예견한 바이기도 하다.
양측은 왜 그 뻔한 길을 이토록 돌아가는 것일까.
바로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누구든 먼저 이혼을 하자고 하면 가지고 있는 집(민주당 간판)을 내놓아야 할 판이다. 그것이 아까워 움켜쥐고 있자니 꼴사나운 신랑(혹은 신부)의 얼굴을 마주 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면서 허울좋은 ‘조정대화기구’를 앞세우는 그들의 저의가 딱하다.
그럴바엔 차라리 하루빨리이혼하고 각자의 살길을 찾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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