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가 의심된다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08-27 19:31:56

{ILINK:1} 시위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개인이나 조직의 위력을 지배자에게 과시하는 한편, 여론에 호소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이념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는 일부 보수우익단체의 시위는 시위문화의 다양성이 확산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와 관련한 이들 보수단체들의 반북시위를 지켜보노라면 본말이 전도된 느낌마저 든다.
이들 단체는 지난 15일, 인공기를 찢고 불태우는 등의 시위를 벌이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북한측의 대회 불참 소동을 야기시켰고 U대회 관계자들의 애간장을 끓게 했다.

결국 사태 수습을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는가 싶었는데 이들은 또 행사가 진행중인 지난 24일 대구까지 찾아가 경기장 앞에서 과격시위를 벌이다가 북한 기자단과의 폭력으로 맞붙는 사태를 초래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오는 29일엔 ‘북한기자 대구만행 규탄대회’를 열고 인공기를 태우겠다는 으름장을 놓는 등 가뜩이나 어려움에 빠진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특별히 남북관계를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스포츠 행사장에 정치적 입장을 들이밀고 이를 방해하는 이들의 행위는 아무리 곱게 보려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우리의 안위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는 ‘6자회담’이 진행되는 상황 아닌가.

사실 이들 단체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주도한 데 힘입어 과거 보수단체의 대명사격이었던 자유총연맹이나 재향군인회 등을 누를 정도의 세를 확장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황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 이들이 막무가내로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알 것도 같다.


지난 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동향 보고서 ‘동향과 분석’(27일자)이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15 행사 때 보수단체들이 인공기를 불태우며 반핵·반김정일 시위를 벌인데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은 25.8%에 그친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1.6%를 차지했다. 특히 보수성향이 비교적 강한 대구·경북지역에서조차 64.2%가 이들의 행위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겠는가.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이들 우익단체들이 민의는 아랑곳없이 오로지 자신의 행동에 도취돼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방종이고 난동일 뿐이다.

국제적 행사로 세계의 이목이 쏠린 대구 한복판에서 보여준 이들의 나라망신이 부끄럽다.

그들 말대로 진정 사심없이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위해 행동에 나섰다면 한번쯤 진정한 민심이 무엇인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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