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자발적 집회참가 ‘무죄’
모구청 직협 A씨 연가·삭발시위로 기소
시민일보
| 2003-09-18 18:16:39
공무원이 자발적 판단에 따라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했고, 직무태만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면 지방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형사7단독 김양규 판사는 1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집회에 참석, 삭발을 하고 노조 합법화를 주장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모 구청 직장협의회 회장 A씨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 인정, 벌금 50만원을 선고하고, 지방공무원법위반 혐의는 무죄 판결했다.
교사의 집단 행위에 대한 유·무죄 판결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공무원노조 직장협의회 소속 공무원에 대한 공무원법 위반 무죄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최종심 결과가 주목된다.
A씨는 지난 해 10월 공무원노조가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과 종묘공원에서 개최하려던 `공무원 노조 합법화 요구’ 집회가 경찰에 의해 원천봉쇄되자 세종문화회관 골목에서 조합원 30여명과 함께 정부중앙청사 진입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 내용에는 A씨가 같은 달 서울역 앞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집회에 참가, 삭발시위를 한 것과 작년 11월 공무원노조 주최로 진행된 집회 전야제에 참석하기 위해 동료들과 집단 연가를 낸 혐의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공무원법이 금하는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는 대법원판례에서 보듯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하여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집단적 행위’라고 축소해석해야 한다”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구체적 무죄 사유에 대해 “피고는 공무원노조 홈페이지를 보고 개인적, 자발적 판단에 따라 1∼2일의 연가를 냈으며, 피고가 속한 구청의 직장협의회 소속 회원 수가 600여명인데 집회 참석을 위해 연가를 냈던 직원은 피고까지 4명에 불과해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삭발을 하며 집회에 참석했던 날은 토요일로 집회가 근무시간 이후에 있었던 것도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해 집단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정익 기자 ik11@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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