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눈물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09-25 17:29:54

엊그제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의 눈물 흘리는 모습이 뉴스를 탔다.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과 추징금 731억원을 선고받은 이후 국회의원직 사퇴와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도중 그가 눈물을 흘리자 일부 당원들도 따라서 눈물을 흘렸다는 전언이다.

강의원의 이 눈물 사진은 그동안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처럼 비춰지던 그의 강성 이미지를 일시에 불식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강의원 말고도 ‘눈물’로 세간의 이목을 모았던 정치인은 여럿 있다. 그 중 시간이 지나도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몇몇 정치인의 ‘눈물’을 떠올려본다.

고인이 된 아내를 떠나보내며 온 몸으로 슬픔을 드러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눈물. 그의 눈물은 매몰찬 철인 이미지의 그를 단지 지어미를 여읜 범부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지난 98년대선 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행 트랩에 오르며 흘리던 김대중 전대통령의 눈물 역시 많은 이의 가슴을 흔들어댈 만큼 파장이 컸다.

그리고 재도전한 대권에서조차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정계를 떠난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의 눈물.

지난 2001년 경선사건 때 피의자 신분으로 호송차에 오르던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표정 역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순진무구한(?) 얼굴 위로 흘러내리던 그의 눈물 역시 많은 여성지지자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다.

남자는 일생에 단 세 번만 울어야한다고 했던가.

널리 알려진 이 말은 어쩌면 남성들이 스스로를 훈육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세뇌용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남자는 어지간하면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천하에 공개되는 카메라 앞에서 남자들의 눈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정치 무대다.

사실 정치인 하면 남자들 중 카리스마 넘치는 가장 강력한 집단이다.

그런데 눈물을 흘리는 정치인의 모습은 묘한 울림을 준다.

눈물이 갖고 있는 가치를 최고로 발휘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정치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정치인들이 마음을 비우고 가장 순수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때도 바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순간이다.
이 순간이야말로 그동안 그들의 정체성을 받쳐주던 온갖 너울을 벗고 순화된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같은 말을 해도 눈물을 흘리며 전하는 말은 더 큰 설득력을 갖게 되는 지도 모른다.

배반이 난무하는 정치의 계절, 추태로 얼룩진 정치판을 정화하는 방법은?

최소한 눈물 흘리는 심정 만큼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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