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실리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3-10-09 16:59:18
{ILINK:1} 걱정이다.
모처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개혁 정당이 탄생하나 하고 기대 했는데 이제는 실망이 너무 크다.
그간 통합신당은 통합연대나 신당연대 및 개혁당 등 당 밖 세력과 결합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 채 계속 원점만 맴돌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신당 지도부구성을 놓고 제 정파간 ‘이상기류’까지 보이고 있으니, 이런 상태에서 과연 제대로 된 신당이 탄생하기나 할는지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통합연대·개혁당·신당연대가 결성한 3자 협의체인 국민통합개혁신당추진위는 지난 8일 통합신당 주비위와의 공동 창당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 성명을 내고 통합신당 측에 공동 창준위 구성을 위한 협의체 구성 등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9일 낮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 이견 조율을 모색했으나 역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말았다.
이러다 이들이 정말 내년 총선 전에 하나로 합치지 못하고 영영 결별하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이미 개혁신당은 내년 총선 출마 예상자 250여명이 참가하는 `총선 워크숍’을 열어 독자창당 노력을 병행키로 하는 등 통합신당과의 `결별’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혁신당은 특히 통합신당의 연대 의지가 없다고 최종 판단될 경우 통합연대 소속 의원 5명의 교섭단체 철수와 함께 독자 창준위 구성에 나선다는 방침도 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됐을까.
통합신당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지명도를 갖춘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서야한다며 외부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내년 총선에서 통합신당이 신당 바람을 일으키려면 외부인사영입은 불가피하다.
반면 개혁신당은 이러한 방식의 영입 노력 자체가 `참여 민주주의’를 바라는 민의의 흐름에 역행하는 구태정치의 표본이라며 ‘완전한 상향식 경선제’ 도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신당의 핵심은 기득권 포기에 있다. 또 기득권 포기는 상향식 공천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본질이 훼손된다면 신당은 사실상 의미가 없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게다가 지금은 개혁의 과도기다. 따라서 전략상 일부 특정 지역을 외부인사영입 몫으로 남겨 두고, 기타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완전한 상향식 공천을 실시한다면 어떨까. 명분에서 조금만 양보하면 실리를 추구할 수 있다.
정치가 현실이라는 것은 의석 수를 의식해서 하는 말이다. 과연 어떤 방법이 의석 수를 많이 확보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명분도 때로는 실리 따라 후퇴해야 하는 게 정치다. 이 간단한 방정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정치에 발을 담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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