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꾼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10-15 18:51:27
통합신당은 1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깨끗한 정치실현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아래 ‘정치부패근절을 위한 정치자금 투명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통합신당 이상수 의원에 이어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SK 100억 수수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한 날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요 정치자금원인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이 거대정당에 지나치게 몰리는 불균형 현상이 고비용 정치구조를 유지케 하는 근본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수입과 지출내역의 완전 공개, 위장기부 차단, 회계보고 실사 등을 통한 투명화와 국고보조금, 후원회, 당비제도의 개선을 통한 민주화가 시급하게 이뤄져야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정치부패 근절을 위한 토론과정에서 간과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지적하고 싶다.
바로 정치지망생과 선거꾼과의 부적절한 만남이다.
근래 들어 정치의 계절이 도래한 사실이 실감될 만큼 각 지역마다 ~포럼이니 ~연구소니 비슷비슷한 이름을 붙인 정치지망생들의 사무실 개소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안개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미하게 돌아가는 최근의 정치상황은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신인들이 스스로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이 틈새에서 이들의 마음고생을 가중시키는 무리가 바로 ‘선거꾼’이다.
주로 지구당이나 그 언저리를 맴돌며 선거 때만 되면 발호하는 특성을 지닌 이들은 때때로 기존 정치인들과의 진검승부 한판을 벌일만큼의 배짱도 보인다.
그런 그들의 노련함은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둔 신참들을 쉽게 자신들의 ‘밥’으로 만들고 만다. 다시 말해서 자신들 입맛대로 후보를 조종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이들의 특성은 후보가 가진 경쟁력이나 당선가능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출마부터 재촉한다는 것이다. 도와줄테니(선거운동을 해줄테니) 무조건 사무실부터 개소하라고 성화를 부리는가 하면 ‘돈선거’가 가지고 있는 효용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도 한다. 지역감정, 흑색선전의 진원지도 이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이들 꾼들에게 말려들어 정치권 진입은 커녕 일신을 후회하는 사람도 여럿 봤다.
선거유경험자의 경우 같은 사람을 두 번 이상 선거운동원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철칙을 운용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권 부패는 선거꾼들의 무책임한 부축임을 과감하게 물리치는 첫단계부터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 선거자금에 대해 본전을 챙겨야할 처지라면 차라리 몸으로 때우는 게 낫다.
첫 단추 꿰기부터 제대로 하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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