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활극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10-18 18:01:53

{ILINK:1} ‘수준 이하’ ‘금도를 넘는 무분별한 공세’ (통합신당), ‘김 위원장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 (민주당)

정치권에 때아닌 진실게임 바람이 불고 있다.

주인공은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통합신당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

‘국민투표 위헌’시비로 야기된 양당 중진의 논쟁이 급기야는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느냐 하는 진실게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금은 비록 각기 다른 정치행로를 선택했지만 14년 전만 해도 이들은 평민당에서 김위원장은 원내총무로, 박상천 대표는 법률담당으로 같은 노선을 걷던 동지였다.

그런데 이번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 민주당이 ‘위헌’이라며 날을 세우자 과거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당시 상황과 연계해 김 위원장이 ‘민주당의 이중잣대 적용’을 문제삼고 나서며 박 대표를 겨냥한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이다.

그러자 박 대표 역시 “(중간평가에 대해) 당시는 위헌이라고 해놓고 지금은 위헌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한 마디로 말 바꾸기”라면서 “김 위원장이 높은 직함을 가졌던 사실을 재고 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대표는 또 김 위원장이 야3당 공조를 ‘신(新) 3당 합당’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5공 당시 민정당 2중대였던 민한당 지도부가 모조리 신당에 가 있다”며 반박했다. 한마디로 이혼부부의 갈등을 지켜보는 듯 하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과 김만수 전 청와대 춘추관장도 이러한 이혼활극(?)에 동참한 정치권 인사다.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공보특보였던 유대변인이 “대선 승리 후 돈벼락에 이성을 잃었다”며 노대통령의 측근과 참모들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리자 당시 공보 팀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김만수 전청와대춘추관장 역시 “좋은 재능을 엉뚱한 데 쓰는 바람에 사람까지 망가졌다”는 말로 유대변인을 비난하고 나선 것.


저마다의 소신에 따라 정치진로를 선택하는 데 대해 왈가왈부할 마음은 없다. 단지 어제까지만 해도 뜻을 나누던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등을 돌리는 순간 숙원지간이 되는 비정한 정치판 인심이 입맛을 쓰게 한다.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의 결별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도리에도 맞지 않는다. 정치적 진로가 다르다고 반드시 적이 될 필요는 없다. 긍극적 목표는 모두 다 같은 애국 애족인 터에.

이판 사판 서로를 물어뜯다 보면 남는 결과는 공멸일 뿐이다.

서로의 아킬레스 건을 너무도 환히 꿰뚫고 있는 사이인 만큼 공격은 그만큼 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본인들은 그렇다쳐도 이를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어디에다 하소연할 수 있겠는가.

정치판의 페어플레이 기류가 아쉽다.

우리도 격조 있는 정치인을 가진 상급 국민이 되고 싶은데.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