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새’와 ‘검사’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10-27 19:00:41
{ILINK:1} 요즘 들어 검찰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곳곳에서 ‘검찰 파이팅’을 외치는 격려가 쇄도하고 있다.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검찰의 의지가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지목되기까지 한다.
이는 ‘살벌’하리만큼 거침없이 칼날을 휘두르는 검찰의 수사 의지 앞에서 과거 버티기로 일관하기만 하면 철옹성이 될 수 있던 정치권의 검은 자금을 무력화시킨 검찰의 활약상과 무관하지 않다.
말하자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검찰조직의 인기는 국민이 주는 일종의 ‘상’인 것이다.
최근 들어 검찰은 확실히 변했다.
SK 비자금 등 정치권을 향해 돌진하는 검찰의 행보를 지켜보노라면 이들 조직이 불과 얼마전 까지 ‘검새’라는 닉네임으로 야유와 멸시를 받았던 집단이 맞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한나라당에서 주장하고 나선 ‘정치권 전반을 대상으로 한 불법 정치자금과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검’에 대해 보인 검찰의 반응 역시 달라진 검찰의 의지를 엿보게 한 대목이다.
최근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은 SK비자금 수사와 관련한 정치권 압력에도 “수사 대상이 특검을 하자고 하는 셈"이라며 “원칙대로 앞만 보고 수사하겠다"는 말로 일축해버리는 용기와 기개를 보임으로써 몽매한 정치권의 헛된 꿈을 일격에 날려버렸다. 심지어 송광수 검찰 총장은 “이번 사건을 국민이 전체적으로 공정한 입장에서 평가해주실 것이라 믿고 있다"며 국민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맞다. 지금 검찰은 모처럼 국민들에게 인기 ‘짱’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각 시민단체들이 ‘검찰의 정치독립 요구’라는 그동안의 단골메뉴를 청산하고 검찰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거나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대변하는 것이라 하겠다.
과거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역시 모든 게 자기 할 탓이라는 옛말이 맞다.
거듭난 검찰의 활약상에 감동한 국민들은 그간의 눈총을 접고 대번에 사랑을 주지 않는가.
정치권의 변화와 개혁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검찰이 이를 주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한다.
지금처럼 하면 된다. 아무리 시린 외풍 앞에서도 좌고우면 하지말고 거침없이 전진할 수 있는 자존을 잃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한 성역없는 수사로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는 쾌거를 기대한다. 원칙 수사만이 검찰 조직의 위상은 물론 나락에 떨어진 이 땅의 희망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잃지 말라.
이제 온 국민이 검찰을 믿고 지켜 볼 터, 한치의 흔들림 없이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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