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역경딛고 “달려라 달려”

씨비스킷

시민일보

| 2003-11-05 18:28:11

미국인들에게 1930년대 대공황을 이겨낸 경험은 21세기의 네 번째 해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까지도 더할 나위없이 자랑스러운 추억인 것 같다. 11월 21일 개봉하는 영화 ‘씨비스킷’은 대공황기 미국인들의 역경 극복을 상징하는 경주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볼품없고 초라한 말 씨비스킷의 역경 극복기를 그와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다.

'작은 기관차’인 자동차가 차차 말을 대신하던 20세기 초반.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던 찰스(제프 브리지스)는 자동차 장사로 큰 돈을 벌지만 바로 이어진 대공황으로 회사는 경영난에 처하고 설상가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던 어린 아들은 교통사고로 숨진다.

때는 1932년. 실업률은 50%에 육박하고 집과 직장이 없는 사람들은 길거리로 나 앉았으며 사람들은 구호 식량을 받으러 길거리에 길게 늘어섰다. 아내마저 떠나 혼자 남겨진 하워드. 몇 년 뒤 그는 젊은 여자 마르셀라(엘리자베스 뱅크스)를 만나 재혼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경주마 ‘씨비스킷’을 구입한다.

씨비스킷은 볼품없고 성질만 고약한 ‘백전 백패’의 경주마. 굽은 다리에 작은 체구, 윤기 없는 갈색 피부를 가졌지만 찰스와 그가 고용한 베테랑 조련사 톰(크리스 쿠퍼)은 이 말에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랑으로 보살핀다.

이들이 씨비스킷의 기수로 이들이 찾아낸 사람은 ‘레드’(토비 맥과이어)라는 별명을 가진 빨강 머리의 청년. 싸구려 경마장을 전전하며 3류 기수로 밥벌이를 하는 레드도 불황기의 희생자. 평화롭고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던 그는 사춘기의 나이에 집을 떠나 권투선수로 생활하다 한쪽 눈까지 실명당하며 잡초처럼 자랐다.

세 사람의 도움으로 씨비스킷은 최고 승률의 명마로 이름을 날리며 전 미국인의 환호를 받게 된다. 하지만 당시 최고로 인정받던 경주마 ‘제독’(War admiral)과의 1대1 경주를 얼마 안 남기고 레드는 더 이상 말을 탈 수 없게 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게다가 제독을 물리친 씨비스킷도 얼마 후 치명적인 인대 파열로 더 이상 경주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경주마의 성공 스토리 이외에도 당시 미국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한다. 영화가 감동을 주는 것은 이들의 이야기가 토비 맥과이어, 제프 브리지스, 크리스 쿠퍼 등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들의 이름값하는 열연을 통해 보이기 때문. 여기에 ‘파고’로 익숙한 라디오 진행자 윌리엄 H 메이시의 맛깔스런 중계가 양념으로 등장한다.


말 사이에 위치한 카메라로 박진감을 높였으며 3500여 명을 동원해 사실감을 높인 경마장 시퀀스도 인상적인 레이싱 장면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하는 편.

다만 영화 속 인물들의 역경과 극복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영화 전반에 이들의 개척정신이 절대적인 선으로 깔려 있기 때문인 듯하다.

정치코미디 ‘데이브’와 톰 행크스 주연의 ‘빅’ 등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플레젠트 빌’로 데뷔했던 게리 로스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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