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실종 우려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11-12 18:47:33

정치권이 과연 진정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정치권이 불법대선자금 수사정국을 맞아 돈안드는 선거풍토 조성및 정치자금 투명화를 위한 정치개혁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정치권이 정작 이를 제도하려는 후속조치 일정은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어 구설수를 자초하는 것이다.

당초 박관용 국회의장과 4당 원내총무 및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은 지난 5일 ‘9자회동’을 갖고 12일까지 각 당 정치개혁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키로 전격 합의했었다. 이미 9월말과 10월말 두 차례에 걸쳐 정치개혁안 제출시기를 넘긴 이후의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부의견 차로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는 한나라당 때문에 또 미뤄지게 됐다.

의원 저마다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느라 당론은 뒷전이다. 정치개혁일정이 쉽게 합의될 수 없는 원천적 이유다.
개혁논의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바로 선거구제다.

한나라당이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쪽으로 당론이 기울고 있으나 민주당과 자민련은 대선거구제를, 열린우리당은 중·대선거구제를 각각 당론으로 정해놓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은 아직 당론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당 비상대책위와 당정치발전특위가 일단 소선거구제 유지를 당론으로 정했으나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구상하한선 문제도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통폐합대상 지역구 의원의 경우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어 당 지도부에서 그들을 설득하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지구당 폐지 문제도 난제 가운데 난제로 꼽히고 있다.

당초 박 의장과 4당 원내총무·원내대표, 정책위의장 회동에선 17대 총선전 지구당 폐지에 모두가 합의했다. 그런데 이 역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많다는 소식이고 보면, 정치개혁이 제대로 되기나 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지구당을 폐지하고 선거 90일 전 선거연락사무소를 설치하도록 하되, 현역의원에 한해 평상시에도 소규모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입장이지만 원외위원장과 정치신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17대 총선이 현행 소선거구제로 치러질 경우엔 지구당 폐지를 총선이후에 추진키로 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지구당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나, 대신 지구당운영위원장을 두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뭐 하나 제대로 합의된 것이 없다는 말이다.

지금 각 정당의 정치개혁 행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두 번이나 정치개혁안 제출시한을 넘겨 놓고도 여전히 갑론을박하고 있는 스스로의 현주소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행여 졸속처리에 기대려는 헛된 꿈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 마음을 비우고 정치개혁 일정에 동참하는 길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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