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전주’인가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11-17 19:24:51
{ILINK:1} 추미애 의원은 이미 두차례나 대표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이다. 그런데 또 18일 후보 등록에 맞춰 호남지역에서 출사표를 내는 형식으로 출마를 공식선언한다고 한다.
그가 출마선언을 몇 번을 하든, 또 어떤 형식을 취하든 그것은 상관할 바 아니나, 하필 ‘서울’이 아닌 ‘전주’에서 출사표를 낸다기에 이것만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
물론 어느 지역에서 출사표를 내건 그것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일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그것은 특정지역에 매달리겠다는 전략의 연장에서 나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너무 속 보이는 행동이 아닌가.
분명히 당 대표 경선을 위한 출사표를 내는 자리다.
그가 전북 지부장선거에 나서는 자리는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김현종 민주당 전북도지부 부지부장은 “추 의원이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의 전주에서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뿌리가 호남임을 강조, 내년 총선에서 호남표를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다.
적어도 자신이 영남출신인 점을 감안, 영호남 통합 표심을 의식한 것이 분명해 보이지 않는가.
개혁 이미지를 무기로 삼던 여장부의 의지는 간데 없고 지역감정에 기대려는 유약한 심리가 엿보이는 것 같아 같은 여성으로서 불쾌하기 그지없다.
민주당의 환골탈태와 전국정당화 운운하면서 결국 선택한 것이 호남당 대표가 되겠다는 것이라면 참으로 실망이다.
심지어 보수당으로 지목받고 있는 한나라당 소장파들도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정치인을 구태정치인으로 지목하고 구체적인 물갈이 대상으로 삼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하물며 그토록 아껴왔던 추 의원이, 그 누구보다도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추 의원이 ‘지역주의’에 기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어찌 실망스럽지 않겠는가.
추 의원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도 그는 ‘지역’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났어야 옳다. 그의 말대로 단지 전북대 초청 특강과 부안핵폐기물 방문 일정이 18일 경선후보 등록일과 겹쳐 전주에서 출마선언을 하게 된 것이라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러나 김현종 부지부장은 분명히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 전주에서”라고 밝혔으니, 그것은 일종의 변명처럼 들릴 뿐이다.
당의 `환골탈태’라는 선행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이 지역주의로 대립각을 세워 반사이익을 얻으려고만 한다면 호남 민심도 결국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는 사실을 추 의원은 기억해 주기 바란다.
또다시 지역감정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할 경우 호남 유권자들의 반발을 살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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