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이 우선이다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11-19 18:24:22
한나라당의 당내 불협화음이 급기야 담장 밖을 넘기 시작했다.
정국대응방안과 주도권을 놓고 일기 시작한 당내 갈등이 창구마다 다르게 표출되면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탓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총선 정국을 앞둔 공천 주도권을 위한 기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내분의 단초는 19일 아침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석상에서다. 전날 정치개혁특위 협상과정에서 현역의원 증원에 합의한 김용균 정치개혁특위 간사의 ‘단독행위’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됐던 것. 그러자 지도부는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각각 다른 대응논리를 폈다.
우선 이재오 비대위원장은 “현행 정수 증원 합의는 간사 권한 밖”이라며 “사회 모든 분야가 구조조정을 하는 이 때에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 신의에 대한 배반”이라고 강한 불만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도 협상대표 교체론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홍사덕 총무와 인구상하한선 조정에 따라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역구 출신 의원들의 반응은 이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홍총무는 “협상에서 결정된 것은 존중돼야 하며 당에서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두둔했고 통폐합 대상 지역 출신 의원들은 “인구증가 등을 감안하면 결국 지역구 수를 늘리는 게 불가피한 것 아니냐”며 이에 동조하고 나서 내분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자금 수사 이후 한나라당의 실세로 떠오른 이재오 사무총장과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 사이도 최근 들어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이 총장은 취임 이후 줄곧 “근거없이 공격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또 비대위 아침 회의에 비대위원인 홍위원장의 불참을 두고 논란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전략기획위는 비대위 소속이 아닌 병렬조직”임을 강조했다는 홍위원장의 말도 ‘구설’에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당사자들이 손사래를 치며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정치판 아닌가.
지금 한나라당의 문제는 리더를 자처하는 인재(?)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데 이들은 지금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이 어려운 시기에 식구끼리 기싸움을 벌이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개인적 입지도 좋지만 국민의 안위를 먼저 생각해달라. 국회 본회의장을 의총장으로 만드는 위력을 가지고 있는 원내 1당으로서의 책무를 결코 잊어선 안된다.
자칫 그 때문에 내년 4월 봄날의 한 귀퉁이에서 피눈물을 쏟게 될지 뉘 알겠는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