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눈물은 예술로 꽃피고…
프리다
시민일보
| 2003-11-22 16:39:56
‘프리다’(Frida)는 멕시코의 실존화가 프리다 칼로의 전기 영화. 1954년에 47살의 나이로 숨진 프리다는 80년대 들어서야 멕시코 밖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좌익 여성 화가였다.
영화는 프리다의 사상이나 성공보다 동료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과 불행했던 개인사에 초점을 맞춘다.
'프리다’가 다른 전기영화에 비해 탁월한 성취를 거둔 것은 리얼리즘과 초현실주의가 혼재된 그녀의 그림이 영화속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형식에 있다.
수술중이던 의사와 간호사는 가운 입은 해골이 돼 그림으로 평면화하고 미국생활중의 남편 디에고는 극장에서 그녀가 봤던 ‘킹콩’처럼 건물을 오르다가 떨어진다.
쇠로 된 척추를 갖고 있는 자화상 속의 프리다는 흰색의 눈물을 떨어뜨린다.
뮤지컬 ‘라이언 킹’으로 토니상을 거머쥔 후 두 번째 연출한 영화에서 여성 감독 줄리 타이머는 관객들이 프리다의 일생뿐 아니라 그림까지 가슴으로 느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베니스 영화제가 단 두 편을 연출한 미국의 신인급 감독에게 개막작 자리를 내준 것은 이런 점을 인정했기 때문인 듯하다.
“조심해, 산송장이지만 숨은 쉬어. 으스러지지 않게 조심해.”
영화는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첫 번째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침대를 ‘타고’ 가는 프리다(셀마 헤이엑)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프리다에게 신(神)은 설명할 것이 많은 분.
카메라는 1921년 열여섯 살 이후 프리다의 길지 않은 일생을 좇아간다. 한창 호기심 많고 ‘무엇이 될지’에 대한 기대도 넘쳐나던 사춘기 소녀 프리다에게 어느날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을 사건이 발생한다. 갑작스런 버스 사고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처지가 된 프리다. 좋아하던 남자친구도 떠나간 그녀에게 괴로움을 이겨낼 수단은 그림밖에 없다.
침대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녀가 세상을 보는 방법은 부모님이 천장에 붙여준 거울을 통해서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캔버스로 삼아 그림을 스스로 그림을 공부해가고 몸 상태는 조금씩 호전돼 간다.
차사고 이후 인생의 두 번째 ‘대형사건’이 일어난 것은 남편 디에고(알프레드 몰리나)를 만난 것. 좌파 화가인 디에고는 손길이 닿는 여자마다 사랑에 빠지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남자.
주위의 ‘우려’와 ‘질투’속에 결혼을 올린 두 사람은 함께 미국에 건너가지만 결혼 후에도 주변 여자들에게 눈길을 주는 디에고와 멕시코를 그리워 하는 프리다 사이에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의 좌익 사상을 당시의 미국이 용납할 수도 없는 일.
결국 멕시코로 다시 돌아온 프리다와 디에고. 하지만 프리다에게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임병화 기자cult@simin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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