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돈’인가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3-11-27 18:39:32
{ILINK:1} 며칠 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우연히 듣게된 대화 한토막.
“선배님, 제발 막아주세요”
“두어달 정도 있다가 ‘문성근’ 내리고 PD 협회에서 한나라당에 사과하면 돼”
대화 당사자는 한나라당 관계자와 KBS 관계자. 방송법개정안 상임위 의결을 코앞에 두고 있던 시점에 공연히 마음이 조급한 KBS관계가 우연히 식당에서 마주친, 과거 직장 선배였고 지금은 한나라당 인사가 돼 있는 모 인사가 보이자 반가운 마음에 찾아온 자리에서 나눈 대화다.
‘문성근’은 ‘송두율’관련 프로그램 진행자였고 , KBS PD협회는 한나라당에 대해 총선 때 어떻게 하겠다는 취지의 결의문을 내놓았었다.
지금 KBS는 좌불안석이다.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해놓은 ‘수신료 분리고지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내 의석 과반수가 넘는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KBS는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공영방송 KBS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까지 수신료를 강제로 납부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수신료 납부를 시청자의 선택에 맡기자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처음부터 TV수신료가 통합징수됐던 것은 아니었다. 이제도가 처음 시행된 것은 94년도부터다.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통합하는 제도 제정을 추진한 주체는 당시 여권이었던 민정당이었다.
그러나 27일 언론ㆍ방송ㆍ종교ㆍ문화계 등 각계 사회원로들이 나서 한나라당의 방송법 개정 추진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국민권리에 관한 문제를 정치문제화시키는 것 일뿐’ 이라는 한나라당의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됐다.
원로 30여명 명의의 성명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정치권이 공영방송의 근간인 수신료제도로 방송을 통제하려는 발상을 하고 있다면 이는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은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시행중인 TV 수신료 통합 징수제도에 대해 “징수의 효율화로 공영방송 재원 안정에 기여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수신료 분리고지가 실시된다면 수신료 급격한 인상과 KBS 광고량 증가, 시청률 경쟁격화 등으로 인한 방송질의 저하를 초래해 시청자 권익이 훼손될 소지가 크다”며 한나라당의 법개정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심지어 “언론 탄압의 주요 요소인 재정에 압박을 가해 공영방송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행위는 공당의 역할을 버린 처사”라는 비난도 터져 나왔다.
공영방송이 거슬리게 한다고 덩치 큰 정치권이 전면전에 나선 모습은 아무래도 꼴사납다. ‘돈’주인은 국민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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